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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겨울 참새 / 김지석

등록 2016-02-24 19:21수정 2016-02-24 19:28

“떼 지은 겨울 참새 빈 뜰에 내려와/ 매화 가지 끝에 모여 저녁 날씨 좋다 재잘거리네/ 일부러 무리 지어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갑자기 놀라 흩어지며 적막만 남기네”

중국 남송 시대의 애국시인으로 꼽히는 양만리의 <한작>(寒雀)이라는 시다. 한작은 ‘겨울 참새’를 말한다. 요즘 공원을 거닐다 보면 참새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작은 씨앗을 파먹는 참새에게 겨울이 막바지인 지금은 즐거운 시기다. 땅바닥을 조금만 헤쳐도 새싹을 내려는 식물들의 씨가 널려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두려운 경쟁자는 비둘기다. 참새들은 먹이 활동이 한창인 비둘기들 주위에 몰려 있다가 슬며시 접근해보지만, 비둘기가 공격하는 시늉만 해도 후드득 물러선다. 참새들이 선점한 곳에서도 몇 마리의 비둘기만 다가오면 참새는 얼른 달아난다. 겁이 많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참새의 이미지다.

땅에 앉은 참새는 두 발을 모으고 뛰면서 자리를 옮기는데, 꼭 기뻐서 깡충깡충 뛰는 것 같다. 여기서 ‘참새가 뛰듯이 크게 기쁘다’는 뜻의 흔희작약(欣喜雀躍)이라는 말이 나왔다. 흔히 언급되는 ‘환(歡)희작약’은 이를 잘못 쓴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연작이 어찌 홍곡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연작(燕雀)은 제비와 참새를 말한다. 홍곡(鴻鵠, 홍혹으로도 읽는다)은 글자 그대로는 기러기와 고니지만, 봉황이나 대붕과 같은 상상의 길조를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 연작은 속 좁은 사람(소인), 홍곡은 대범하고 경륜이 있는 사람(대인)을 의미한다.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뒤 축하 집회가 북한 전역에서 잇따른다. 이에 맞서 청와대가 주도해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협의 등을 밀어붙이자 여권은 여론몰이에 한창이다. 모두 겨울 참새의 모습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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