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인
친구들과 함께 만든 독립출판이 출간되어 발송작업을 하겠다고 모였다. 작성해둔 운송장 스티커 묶음을 보면서, ‘거래처 확인용’과 ‘배송 확인용’까지를 포함해서 봉투에 붙여야 하는지 아닌지, 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손으로 써야 하는 운송장은 4장의 종이가 한 뭉치였다.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론 아는 사람이 없었다. 출판등록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우리는 배우기 시작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할의 서지유통 정보센터로부터 바코드를 발급받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배웠다. 원고를 쓰는 일 외에 모든 일을 하나하나 배웠다. 다 배웠구나 싶어질 때에, 더 배울 것은 산적해 있었다. 다 배운다는 건 어림도 없다는 것을 배웠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었다. 남긴 음식물 찌꺼기를 모으고, 플라스틱 용기를 따로 모으며, 사무실 주인에게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한 장 빌리려 할 때,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중국집에 시켜야겠어. 그래야 남은 음식물도 가져갈 테니까.” 그것도 기억해두어야 한다며, 다 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새로 배운 이 모든 일들을 누군가 사전에 미리 알아서 챙긴 적은 없었다. 모두 실수가 일어난 다음에야, 저지르고 난 다음에야 깨닫고 후회하고 기억해두어야겠다고 말하곤 했다. 배워야 할 일이었다는 것을 항상 한 박자 늦게 알았다. 숨을 거둘 때까지 이렇게 배울 것들이 생길 것이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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