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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의사들이 변했다

등록 2016-03-23 08:36

역시 ‘변화무쌍 한국’이며 ‘다이내믹 코리아’이다. 4·13 총선을 20여일 앞둔 현 상황을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여당은 당 안에서 ‘진박’인지 ‘비박’인지를 두고 전투를 벌이고, 주요 야당은 둘로 갈라지고 있는 이 상황을 말이다. 아무튼 이제는 각 당들이 대략의 진용을 짜고 격돌할 준비를 마쳐 간다. 개인적으로도 총선과 같은 중요한 정치 사건이 벌어질 때에는 이를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처럼 누가 당선이 될 것인가에, 즉 인물 쪽에 관심이 더 간다. 비록 보건의료정책 등 정책을 담당하는 기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기이한 일이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나 지역 의사회 간부들은 그동안 대대로 보수를 표방하는 당, 즉 현재는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지원서를 냈는데, 이번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람만 해도 강청희 의사협회 부회장과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있다. 강 부회장은 약 450명이 함께 더민주에 가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대 총선에서는 보기 드문 일로,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좌클릭’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사들이 야당인 더민주에 비례대표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의료를 영리화하겠다는 현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의사협회는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원격의료와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 정책에 반대한다며 2014년에는 집단 휴진을 하기도 했다. 야당에 비례대표를 지원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부회장은 비례대표에 출마하면서 현 정부가 의료를 산업화하고 영리화하기 위해 보건의료 규제 기요틴(단두대) 정책까지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비록 이들이 당선권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과 비교해 특이한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이들은 수입이 많고 각종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이 왜 이 사회에 불만을 갖고 야당을 지지하게 됐는지 궁금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정치적인 감각이 깨어 여야 모두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라고도 평가한다. 그런데 이보다는 의료기관 내부의 양극화 현상, 즉 동네의원이 몰락해가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판단이 든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김용익 더민주 의원실과 지난해에 함께 펴낸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 지출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크게 떨어졌다. 그사이 수술 등 중대한 치료가 필요해 입원 환자를 주로 진료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이 외래 환자를 진료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비중은 21.5%에서 31.3%로 높아졌다. 이러다 보니 동네의원에서 진료해도 될 경증환자인데도 상급종합병원은 환자 1천명당 겨우 1.6명만을 동네의원으로 돌려보냈다. 어찌 보면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신뢰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환자들은 불필요한 의료비와 시간을 낭비하고 동네의원은 제구실을 못 하게 된 점이다. 이와 같은 대형병원 집중 현상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것을 경험으로 우린 잘 알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제 인물 관심에서 정책으로 돌아와 총선 정책 경쟁에 불을 붙여야 한다. 많은 정책이 있겠지만 우선 수익보다는 환자와 주민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고 신뢰하는 의사를 주변에 둘 수 있는 ‘주치의 제도 전면 도입’과 같은 정책 공약을 총선에서도 보고 싶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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