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가격 다양화’를 내세운 좌석차등제를 실시한 씨지브이(CGV)는 가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씨지브이에서만 그 영화는 상영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또 씨지브이를 찾아갔다. 매표소 직원은 좌석배치도가 그려진 화면을 보여주며, 좌석을 고르라고 한다. 좌석은 세 가지로 색깔이 분류되어 있다. 직원은 좌석차등제에 대하여는 아무 안내도 하지 않는다. 이 좌석들이 가격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왜 안내를 해주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직원은 “네, 맞습니다. 가격이 다릅니다”라고만 대답을 한다.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무 설명이 없다.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니, 그제야 각각의 가격을 말해준다. 직원은 이런 일을 숱하게 겪고 있다는 피로감으로 이내 표정이 굳어진다. 영화 관련 포스터와 전단지들, 스낵코너 신제품과 세트메뉴에 대한 광고들 따위가 여기저기 커다랗게 널려 있는 그 공간 어디에도, 가격 다양화에 대한 고지문은 없다. 내가 본 영화는, 은행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부동산투기업체가 교묘하게 법을 이용해, 서민들의 집을 갈취했다. 서민들은 대부분 법 앞에서 무능했다. 무지하여 무능했다. 은행에서 들은 말을 쉽게 믿어 무능했고, 위조문서까지 동원하며 집을 빼앗고야 말겠다는 저들의 막무가내의 욕망 앞에서 무능할 수밖에 없었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만 이 세상에 남은 것 같은 영화였다. 어느 만큼 똑똑해야, 영화값에서부터 내 집까지, 빼앗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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