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육군 37사단 내 한 부대에서 두 병사가 성적인 접촉을 가졌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둘 중 입대 당시 인성검사에서 동성애적 성적 지향이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던 한 병사는 군형법 92조의6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또 전역할 때까지 5개월 동안 사단 의무실에 격리되어 외출, 외박, 휴가는 물론 전화, 인터넷 이용도 할 수 없는 사실상 강제구금 상태에 있었다. 반면 자신은 이성애자이며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한 다른 병사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병사가 전역한 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면서 얼마 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 병사는 자신이 상대 병사에 비해 계급도 낮고 체구도 왜소했으며 강제가 아니라는 정황증거도 있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몰렸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이상하다. 이 병사가 상대방을 강제 성추행했다면 그는 92조의6이 아니라 성폭행, 성추행 등을 처벌하는 92조의 다른 조항들에 의거한 처분을 받았어야 했다.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 6의 조항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병영에서 동성애적인 성적 접촉을 가졌다면 모두 처벌한다는 뜻이다.
군형법 92조의6은 ‘동성애 혐오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기소율이 극히 낮은 이 법은 동성애자에게만 날카롭다. 동성애인권운동단체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선임병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이 조항에 의거해 기소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동성애자 병사는 더욱 가혹한 처분을 받았다. 그는 기소유예 뒤 5개월 동안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종일 눕지도 못하고 침상 위에 앉아 수감과 다름없는 의무실 구금을 당했다. 병사는 그 뒤 우울과 불안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또 제대 직전엔 같은 사건을 이유로 다시 12일 동안 영창에 보내지기도 했다. 당시 그 병사를 조사했던 군 기무사 담당 수사관은 여러 번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릴 거냐”고 물었고 병사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다고 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침해와 폭력은 군에서 아주 오래된 문제다. 2006년 동성애자임을 밝혔다가 강제 채혈을 당한 한 병사의 사건을 계기로 그 뒤 군에서는 동성애자 식별 행위나 기록 행위, 신체적·언어적 폭력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등의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제정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군이 예전에 정신병원으로 보내던 동성애자를 지금은 의무실에 가두며, 공공연하게 하던 폭행·폭언을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은밀한 말들로 바꾸었을 뿐임을 보여준다. 동성애자를 잠재적 범죄자나 정신장애로 보고 처벌, 격리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이다. 또 92조의6이 실제론 동성애자를 구별하고 처벌하기 위한 의미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92조의6 조항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군 기강 해이나 성폭력 우려 등을 말한다. “불안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 없다”고도 한다. 이들에겐 성 문란이나 성폭력을 처벌하는 규정은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 대부분이 이성애자라는 국가인권위의 통계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아들이 군대에서 동성애자에게 강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조직에 아들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 중 어느 것이 더 두려운가. 하나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상이고 다른 하나는 진행 중인 현실이다.
남은주 대중문화팀 기자 mifoco@hani.co.kr
남은주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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