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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소연의 볼록렌즈] 무지에 대하여

등록 2016-05-11 21:40

시집을 읽다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지”(이하석, <연애간>)라는 문장을 보았다. 잠시 고개를 들고 창문 바깥을 내다보았다. 매일매일 바라보아서 내겐 가장 익숙한 거리가 보였다. 익숙하다고 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많아 늘 호기심을 갖게 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 <45년 후>에는 45년 동안 동고동락하다 뒤늦게 찾아온 균열과 마주치는 노부부가 등장했다. 남편의 첫사랑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부인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는 사실과 만나 갈등을 겪는다. 잘 안다는 믿음으로 오래 함께해온 부인에게 남편은 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시를 쓸 때에도 자주 그런 괴로움과 만난다. 가장 오래 탐구해왔고 가장 오래 지속해왔던 일에 대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싶어질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생존 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채록한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으면서도 나의 무지와 마주쳤다. 충분히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이야기가 더 많았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 한편,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일 것이란 자각이 더 컸다. 모르는 것들을 더 많이 알고 싶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모른다는 것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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