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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김정은 체제’에 어떻게 대응할까

등록 2016-05-16 19:21수정 2016-05-16 19:21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이은 자신의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는 1983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만 33살이면 김일성이 북쪽 공산당의 일인자가 된 나이(33살)나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나이(32살)와 거의 같다.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는 또 다른 30여년을 내다보는 장기집권 기획의 출발이다.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과 함께 최고 권력자가 됐다. 이후 4년 반 동안 고비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둘 있다. 하나는 집권 직후부터 공식화하기 시작한 ‘핵·경제 병진노선’이다. 이 노선은 2012년 4월 헌법에 핵보유국 명시,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과 2016년 1월의 4차 핵실험, 7차 당대회 규약에 핵보유국 명시 등을 거치면서 김정은 체제의 ‘총노선’이 됐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는 오히려 이 노선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근거가 된다.

다른 하나는 2013년 12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이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그는 핵보다 경제를 앞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격적인 그의 제거를 비롯한 피의 숙청은 김정은 체제의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번 당대회에서는 노·장·청이 조화를 이룬 비교적 온건한 인사가 발표됐다. 체제 구축이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패를 가름할 열쇠는 핵이 아니라 경제에 있다.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은 완전한 핵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현실적인 병진노선이다. 그의 제거는 병진노선이 핵 우선 노선이 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경제를 방치한 건 아니다. 여러 차례 경제개선(개혁) 조치를 내놓고 21개 경제개발구를 설치했다. 장마당(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돈주(신흥부유층)가 새롭게 형성됐다. 하지만 핵의 반대급부인 대북 제재·압박 강화는 경제를 결정적으로 제약한다.

이번 당대회에서 눈에 띄는 인사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새로 임명된 박봉주 총리와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다. 박봉주는 2002년 북한 체제로 볼 때 급진적인 내용의 7·1 경제개선관리조치와 후속 작업을 주도했다. 2003~07년 총리를 지낸 그는 강경파의 견제로 뒷전으로 밀렸다가 김정은의 등장 이후 재기해 2013년부터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장성택이 경제를 주도한 것은 대체로 그가 실각한 동안이다. 박봉주를 중용한 데는 시장친화적 개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최룡해의 위상 강화 또한 경제 활성화에 필수인 대중국 관계 개선을 겨냥한 성격이 강해 보인다. 장성택은 사라졌지만, 그의 노선은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앞날을 가름할 일차적 요인은 중국의 태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되자마자 축전을 보내 ‘중-조(북한) 친선협조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책임 있는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자신이 오랫동안 밝혀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북한이 핵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북-중 경제협력은 동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핵 문제에 대한 경직성과는 별도로, 김정은 체제 구축은 몇 해 동안 고질적이었던 권력층 내 불안 요소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핵을 앞세워 김정은 유일체제를 만드는 게 지금까지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체제를 바탕으로 선택 폭을 넓힐 수가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유도해 핵 포기를 끌어내는 것이 한국과 미국·중국 등 관련국의 과제다. 이제 정세 관리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가 됐다. 중국이 추구하고 미국도 구태여 반대하지 않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는 물론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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