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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공화당원 힐러리 로댐, 민주당원 힐러리 클린턴

등록 2016-06-08 19:23수정 2016-06-08 21:02

힐러리 로댐은 정통 공화당원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은 최고 민주당원이다.

미국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대통령 후보 지명은 진보의 결과이다. 그런 그는 지금 기성 질서의 상징이다. 그는 반전운동에 열렬히 참가했다. 그런 그는 지금 공격적인 미국 대외정책의 주창자이다. 그는 자유로운 히피 문화를 즐겼다. 그런 그는 남편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딛고 일어서야 했다.

그는 보수적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때 미국 현대 보수운동의 아버지 배리 골드워터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했고, 대학생 공화당원이 됐다. 민권운동과 베트남전을 보고는, 공화당을 떠났다. 학생회장으로 베트남 반전운동을 조직했다. 이때 자신을 “마음은 보수, 가슴은 진보”라고 표현했다. 그가 태생적 공화당원 힐러리에서 후천적 민주당원 클린턴이 된 이유일 거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근본 없는 촌놈 빌 클린턴의 구애에 망설였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가 보장된 워싱턴을 떠나 벽지 아칸소로 빌을 따라가기까지 했다. 그는 “내 머리 대신에 내 가슴을 따르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결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 따랐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야망과 재능을 잘 알았다. 남편 빌은 31살에 주 검찰총장, 33살에 주지사, 47살에 대통령이 됐다.

빌의 대통령 당선은 힐러리의 몫이다. 지지율 80%가 넘었던 현직 공화당 대통령 아버지 부시에 맞서는 민주당의 ‘일곱 난쟁이’ 군소 후보 중에서도 빌은 하위권이었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빌의 섹스 스캔들이 폭로됐다. 부부는 이를 역이용했다. 방송에 출연해 섹스 스캔들과 흑색선전을 일삼는 공화당 극우파의 공작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남편을 꼭 껴안아 줬다. 빌을 믿는다고 절절히 호소했다. 빌은 오히려 섹스 스캔들로 지명도를 올리며, 간단히 후보 지명을 따냈다.

빌은 바람을 피웠고, 그것도 아주 자주 지저분하게 피웠다. 그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여자에게는 남편의 바람보다는 그 사실이 모든 사람의 입길에 오르는 것이 더 상처일 거다. 그는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역이용할 정도의 야망과 재능으로 뭉친 여자였다. 빌은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하나의 가격으로 두 개를 얻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재목도 따라온다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 이상이었다. 그는 의료보험개혁위원장을 맡아, 의회 청문회에서 험한 입을 놀리는 공화당 마초 의원들에게 일갈해댔다. 공화당 마초들은 “당신이 대통령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공화당 보수화에 대비되며, 부부는 미국 신진보의 상징이 됐다. 부부는 불임정당 민주당을 다시 세웠다.

비주류와 진보의 아이콘인 부부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출마를 밝힌 순간 갑자기 기득권과 기성 질서의 대명사가 됐다. 공화당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대통령을 하고, 민주당에서는 부부가 자리를 바꿔 대통령이 되느냐는 비아냥이 퍼졌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흑인 버락 오바마에게 패한 이유이다.

힐러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가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올해 말이면 백악관에 빌을 다시 데리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는 마음은 보수이고, 가슴은 진보일까? 아니다. 마음은 진보이고, 가슴이 보수이다. 머리 대신에 가슴을 따를까? 아니다. 가슴 대신에 머리를 따를 거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그는 어느 대통령보다도 미국의 사회문제 대처에서는 진보적일 거다. 하지만 대외정책에서는 어느 대통령 못지않게 공격적일 거다. 그는 워싱턴에서 최고의 페미니스트이자 최고의 마초가 될 거다. 미국과 세계는 그런 힐러리 클린턴을 볼 것이다. 진보적 머리와 보수적 가슴은 그의 모순이자 역설이다. 하지만 그의 동력이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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