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을 건데, 장기 기증을” 2009년 일본의 사노 히데미쓰(46)가 정치단체 ‘신당본질’을 출범시키며 내건 구호다. 사노는 정치단체 이름을 ‘안락사당’으로 바꿨다가, 2013년 ‘지지정당 없음’으로 다시 바꿨다. ‘지지정당 없음’은 정강 정책이 없다. 대신 의석을 얻으면 사안마다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의 의견을 물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지지정당 없음’은 2014년 중의원선거 때 홋카이도 비례구에 사노 등 2명의 후보를 내세워, 10만4854표를 얻었다. 의석은 얻지 못했으나, 사노가 2009년 총선에서 신당본질 후보로 얻은 7399표를 크게 웃돌았다. 득표율은 4.2%로 사회민주당(2.1%)보다 많았다.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는 비례구에 2명, 지역구에 8명이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비례구 득표는 64만7071표(1.16%)였다.
일본은 비례구 투표용지에 당의 이름을 직접 써낸다. 무효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이름을 쓰면 유효표로 인정해준다. 그래서 실제 지지 정당이 ‘없음’을 표시한 표가 ‘지지정당 없음’의 득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대해 ‘지지정당 없음’은 무당파층의 증가 추세를 강조한다. 일본 중의원선거 투표율은 1966년 선거에서 74%이던 것이 재작년 선거에서는 52.7%까지 떨어졌다. 20~40대의 투표율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노의 시도는 이야깃거리는 되지만 성공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긴 해도, ‘대의제의 기능 부전에 따른 투표율 저하’ 현상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1987년(13대) 89.2%에서 2007년(17대) 63.0%까지 떨어졌다가 2012년(18대) 75.8%로 처음 반등했다. 총선거 투표율도 1988년(13대) 75.8%에서 2008년(18대) 46.1%까지 추락했다가 19대 54.2%, 올해 20대 총선에서 58%로 조금 올랐다. 투표율 반등 추세를 살려 나가는 정치를 바란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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