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오너 리스크’라고 한다. 기업의 통상적 경영 활동과 무관한 성추문, 폭행, 재산 싸움, 탈세, 횡령 등 개인적인 잘못으로 기업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리고 때론 회사를 위태롭게 만든다.
기업의 위기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마케팅 실패로 매출이 급감하기도 하고, 제품에 치명적 하자가 드러나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공장에 불이 나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기도 한다. 그런데 오너 리스크는 이런 일반적 경영 위기와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 오너 리스크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다른 위기와 달리 실상을 100% 아는 것은 오너뿐이기 때문이다. 최측근이라도 다 알지 못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춘 기업도 오너 리스크에 대해선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기 일쑤다.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진상을 모르다 보니 거짓 해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 맞을 매를 여러 차례 맞게 된다.
둘째, 오너 리스크는 어렵사리 대책을 마련해도 집행이 쉽지 않다. 오너가 대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오너고, 최종결정권자도 오너인 특수 구조다. 특히 오너는 자라온 배경과 몸에 밴 습성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이런 오너에게 입에 쓴 대책을 내놓는 일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실제로 진언을 했다가 목이 날아간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 오너 리스크는 반복된다. 다른 위기는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만든다. 또 징계나 인사를 통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다. 가혹할 정도다. 그러나 오너의 잘못은 보통 그냥 넘어간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있지만 쫓겨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따로 인성교육을 시킬 노릇도 아니고, 뼈저린 반성을 통한 교훈을 얻지 못하다 보니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게임업계 1위 넥슨은 김정주 창업주의 뇌물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너들이야 자기 잘못 때문이라지만 기업과 임직원은 무슨 죄인가. 오너 잘못 만난 신세를 한탄하고 있어야 하나. 국민의 눈높이가 바뀌고 세상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오너들도 이젠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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