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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이스크림 도둑 / 조일준

등록 2016-08-14 18:11수정 2016-08-14 19:01

미국 뉴욕 거리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위키피디아 갈무리
미국 뉴욕 거리의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위키피디아 갈무리
지구촌 북반구가 온통 불가마다. 미국에선 아이스크림 도둑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좀도둑이 아니라 큰 슈퍼마켓에서 수십 상자씩 무더기로 훔쳐 거리 소매상에게 되파는 전문 털이범들이다. 뉴욕 최대의 식료품 공급체인을 소유한 사업가 존 캐치머티디스는 급기야 아이스크림 도둑들에게 5천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경찰은 130여명을 체포했다고 <뉴욕 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아이스크림은 여러 가지로 매혹적이다. 만드는 방식과 종류, 모양과 맛도 매우 다양하다. 이미 6~10세기 중국(당나라) 황제들이 우유가 든 얼음과자를 즐겼고, 18세기 유럽 귀족사회에선 얼린 디저트의 인기가 치솟았다. 아이스크림이 대량판매 상품이 된 것은 19세기 미국에서 인공 냉동기가 발명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에 서구식 아이스크림이 들어왔다. 이전까지 빙고에 얼음을 보관해두고 왕실과 초고위 관리들이나 즐기던 얼음 식품을 일반인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930년 6월8일치 <매일신보>에는 ‘초하점경 제6장; 아이스크림 천하’란 제목의 시원·달콤한 기사가 실렸다. “아이쓰크리임, 아니 아-스구리는 혀끝을 녹이는 맛이 애인의 ‘키쓰’도 비할 바이 못 되는 점에서 … 꽃다운 처녀의 아-스구리 스푼을 문 입술에 떠오르는 미소와 달고도 찬 자극으로부터 생기는 영롱한 두 눈동자에서 똑똑 듯는 천진란만하고도 바야흐로 익어오는 청춘의 미력에서 그 진선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로라 와이스 지음, 김현희 옮김, <아이스크림의 지구사>)

올여름 잠 못 이루게 하는 불볕더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불합리한 전기료 누진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스크림 도둑 같은 임기응변 말고, 청량감 넘치는 아이스크림 해법을 기대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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