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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경호실 시즌 2, 검찰 / 김이택

등록 2016-08-28 17:11수정 2017-08-02 16:20

그날 대통령 박정희는 충남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을 끝내고 인근에 중앙정보부가 야심차게 준공한 첨단 정보시설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중정은 대통령 브리핑을 위한 예행연습까지 마치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삽교천 행사 뒤 대통령 전용 1호기에 함께 타려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옆구리를 경호실장 차지철이 팔꿈치로 찔렀다. 대통령 옆자리에 못 타고 2호기로 밀려난 김재규는 화가 나 헬리콥터를 타지 않았고 일정은 취소됐다. 박정희는 둘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감지한 듯 궁정동 안가 만찬 일정을 잡아놓고 둘을 불렀다.

운명의 그날 김재규의 총이 불을 뿜은 뒤 중정 요원들은 합수부가 접수하기 전 안가 현장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았다. 특히 차지철은 옷을 홀랑 벗겨놓고 그 처참한 모습을 그대로 사진에 담았다. 그만큼 경호실장에 대한 중정의 반감은 하늘을 찔렀다. 당시 중정 사정에 정통한 인사가 전해준 얘기다.

박정희는 중정뿐 아니라 경호실에까지 정치공작을 맡겼다. 결국 부마항쟁과 와이에이치 노동자 사망 등 정국이 급랭하면서 차지철과 김재규의 강온 대립은 정권의 자멸을 불렀다.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 정치를 지켜봐온 남재희 전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며 ‘억압적 통치’로 헌법 제1조(‘국민주권’)를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희가 정국 운영에 중정과 경호실을 경쟁적으로 활용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주로 검찰, 즉 민정수석에게 의존하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시대 상황 변화로 법의 외피까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를 경시하고 언론을 장악 대상으로 보는 것이나, 충성파 참모에 의지해 강경 일변도로 국정을 끌고 가는 것은 부녀가 빼닮았다.

차지철과 우병우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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