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에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야당은 “제2의 일해재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두 재단은 일해재단과 비슷한 점이 적잖다. 삼성·현대 등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돈을 거뒀고 그 과정에 대통령 측근들이 개입했으며, 모금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모양새도 똑같다. 취임한 지 3년이 지나며 만들어진 것도 공통적이다.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서서히 퇴임 이후를 생각할 만한 시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과는 설립 경위에 차이가 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비비케이, 다스 등 재산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취임 다음해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등 개인 소유 건물 3채를 포함해 330억원어치를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대선 직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빌린 30억원의 채무까지 재단에 함께 떠넘겨 그 돈을 갚느라 다시 50억원을 대출받아야 했다. 그 바람에 장학금과 맞먹는 금액을 대출금 이자로 내야 했고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빚을 갚지 않으면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재단이 다스의 지분 5%를 출연받은 일 때문에 이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이 최순실씨 단골 마사지센터장이란 사실이 드러나고, 안종범 수석 개입 정황이 짙어지는데도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만 하고 있다.
일해재단은 후임자인 노태우 정부의 5공 비리 청산 작업과 함께 사실상 공중분해 되면서 이를 배경으로 ‘수렴청정’을 노렸던 전두환의 꿈도 사라졌다. 미르 재단을 둘러싼 진실 규명이 다음 정권까지 미뤄지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지난 5월 이란에서 케이스포츠 재단의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보고 인사말하는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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