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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부패와 권력

등록 2016-09-28 16:50수정 2016-09-29 11:02

중국 고대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굴원은 반대파의 모함을 받아 조정에서 비참하게 쫓겨난다. 강가에서 서성이던 그에게 한 어부가 이유를 묻자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거세개탁·擧世皆濁) 나 혼자 맑고, 모두가 취했는데 혼자 깨어 있어 밀려났다’고 답한다. 오만한 듯도 하지만 청렴하게 살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세상이 모두 혼탁하면 그 진흙탕을 휘저어 물결을 날려 보내는 게 성인의 길이 아니냐’는 어부의 반박에도 진실이 담겨 있다. 그럴 수 없었던 굴원은 결국 강에 몸을 던져 삶을 마감한다.

교수 단체들이 만드는 <교수신문>이 이명박 정부 말기인 4년 전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을 꼽은 바 있다. 그만큼 권력집단과 기득권층의 부패와 꼴불견 행태가 불거졌다. 정부의 공공성은 무너졌고, 검찰과 법원은 법을 오·남용해 정의를 우롱했으며,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문제로 탐욕을 보여줬다. 마치 지금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다.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가 사저 문제의 자리를 차지하는 등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투명도는 높지 않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초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소득 불평등 역시 오이시디 하위권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발효했다. 1993년 시행된 금융실명제가 돈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줬다면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사실상 모든 국민이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권력집단과 기득권층이다. 이 법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 예약이 줄자 박근혜 대통령이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장관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는데, 거세개탁 풍토에 멍석을 깔아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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