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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불처벌과 정의 / 조일준

등록 2016-11-27 18:12수정 2016-11-27 21:26

셸던 실버 미국 뉴욕주 하원의장(오른쪽)이 지난 2011년 한 대학 병원 연구동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그는 1974년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1994년 하원의장을 맡은 이래 11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소속 거물 정치인이었으나 2015년 부패 혐의로 체포된 뒤 의장직을 사임했으며, 지난 5월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flickr
셸던 실버 미국 뉴욕주 하원의장(오른쪽)이 지난 2011년 한 대학 병원 연구동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그는 1974년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1994년 하원의장을 맡은 이래 11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소속 거물 정치인이었으나 2015년 부패 혐의로 체포된 뒤 의장직을 사임했으며, 지난 5월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flickr
1996년 루이 주아네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은 제48차 인권소위원회에 <시민적·정치적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불처벌 문제>라는 제목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중대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대개 정치권력과 폭력, 재력을 독점하고 처벌을 피하거나, 독재권력이 해체된 뒤에도 그들에 대한 처벌이 흐지부지되는 현실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문제의식을 집약한 것이었다.

보고서는 ‘불처벌’(impunity)을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체포·기소·재판 등 유죄를 확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게 불가능한 상태”라고 정의했다. 보고서는 ‘불처벌과의 투쟁을 통한 인권의 보호와 신장을 위한 원칙들’도 제시했다. 모두 50개에 이르는 ‘원칙’들은 크게 △(진실을) 알 권리 △정의를 실현할 권리 △피해자의 배상권 등으로 짜였다.

불처벌 문제가 본질적으로 ‘권력자의 범죄를 용인하지 않고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유엔 보고서 이후 20년 동안 그 적용은 권력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엄격한 불관용으로 확대돼왔다. ‘정의’를 실현할 사법당국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주 연방검찰은 10년간 605만달러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받아온 혐의로 기소한 셸던 실버(72) 뉴욕주 하원의장에 대한 연방법원의 판결 직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오늘 중형 선고는 실버의 오랜 부패 경력에 대한 정당한 결말”이라고 논평했다. 실버 의장은 20년 넘게 뉴욕주 하원의장을 역임한 정치 거물이었으나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기소 끝에 징역 12년, 벌금과 추징금 700만달러를 선고받았다. 판결에 앞서 연방법원 판사도 “내가 피고에게 내리려는 선고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뇌물이나 리베이트 수수를 주저하게 만들기를 바란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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