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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보수신당, ‘경제는 개혁’ 깃발 내걸었는데…

등록 2016-12-29 18:23수정 2016-12-29 21:33

안재승
논설위원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이 27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하면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이들은 ‘창당 선언문’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재벌의 불공정 행위는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면서 혈연·지연·학연에 좌우되는 ‘정실 자본주의’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보수신당은 29일 정강·정책 토론회에선 핵심 가치를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로 정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탄핵까지 오게 된 것은 ‘부패 스캔들’ 때문”이라며 “교육 개혁도, 재벌 개혁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인 정경유착에 단호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친정인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새누리당을 먼저 탈당했던 남경필 경기지사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김무성 의원, 남 지사, 김용태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을 먼저 탈당했던 남경필 경기지사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정강‧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김무성 의원, 남 지사, 김용태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표를 얻어놓고 당선 뒤에는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법무부는 2013년 7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재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새누리당이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국회 시정연설 이후 박 대통령의 입에선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아예 사라졌다. 그런데도 올해 1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거짓말을 늘어놨다. 경실련이 2월 박 대통령의 경제 분야 공약 이행률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33%에 불과했고 특히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대부분 파기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재벌이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만나 ‘검은돈’을 요구했고 총수들은 이권을 챙겼다. 검은돈은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나 하청업체 쥐어짜기 등을 통해 마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사회 보고와 의결을 거치지 않고 총수 멋대로 거액을 건넨 것은 ‘황제 경영’ 탓에 가능했다. 진작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 총수의 독단과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됐다면 정경유착의 악취가 이렇게까지 진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제출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민의당이 제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미 이들 법안의 처리에 합의해, 개혁보수신당만 동의하면 바로 통과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의원 수가 99명으로 3분의 1에 못 미쳐 입법 방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혁 입법의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개혁보수신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와 이제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여전히 박근혜 정권 창출이라는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특히 핵심 인사들은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부를 공동 운영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반성과 사죄의 진정성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개혁 입법 동참이 그 시작이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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