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지난해 9월 아버지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오뚜기 주식 46만5543주(13.5%)를 물려받았다.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12월22일 종가 66만8000원을 기준으로 상속액이 3110억원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상장 주식을 30억원 이상 물려받으면 50%의 상속세(자진신고 땐 10% 공제)를 부과해 세금이 15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상속세 최대 납부액은 2003년 9월 별세한 신용호 교보생명 명예회장 유족이 낸 1830억원이다. 2004년 3월 별세한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도 1355억원을 납부했다. 모두 공개적으로 주식을 물려받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낸 뒤 경영권을 승계한 사례들이다.
반면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1월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별세했을 때 176억원의 상속세를 냈다. 당시 삼성의 총자산은 11조5872억원이었다.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공익재단과 차명주식을 통해 아들에게 지분을 넘겨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차명주식은 그로부터 20년 뒤 ‘삼성 특검’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재벌들은 어떡하든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핵심 계열사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머리를 짜낸다. 헐값에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서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상장 주식 가치는 지난해 12월 기준 14조4천억에 이른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주식을 정상적으로 상속받아 총자산 348조원의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수조원대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 문제를 정경유착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후계 승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신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 제3자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 탐욕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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