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할아버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5·16 군사 쿠데타’ 소식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들었다.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돼 귀국하면 바로 구속될 처지였던 그는 부정축재 재산 모두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만나 협조를 약속하고 구속을 피했다. 그때 만들어진 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다. 1966년 이병철 창업주는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으나 또 구속을 피했고, 대신 차남인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가 감옥에 갔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비료의 국가 헌납과 경영 일선 퇴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17개월 뒤 경영 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워 다시 회장에 복귀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년 뒤 사면됐다. 2007년 10월엔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폭로했고, 조준웅 변호사가 ‘삼성 특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삼성 특검은 수사 기간 내내 이 회장에 대한 불구속 방침을 밝히는 등 ‘봐주기 수사’를 했다. 법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엄정해야 할 특검의 수사와 재판이 되레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특검 수사 발표 직후 자신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1조원의 사재 출연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9년 12월 말 이례적인 단독 특별사면을 받아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고 전략기획실도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부활했다. 1조원의 사재 출연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 응원 게시판을 설치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특검을 격려하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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