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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누명 쓴 표본조사

등록 2017-02-12 18:19수정 2017-02-12 19:17

통계 조사의 방법에는 전수조사와 표본조사가 있다. 전수조사란 말 그대로 모두 조사하는 방식이고, 표본조사는 모집단에서 표본을 뽑아 조사해 전체의 특성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통계 조사는 표본조사로 이뤄진다. 전수조사가 정확하기는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조사를 마친 시점에서 데이터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 반면 표본조사는 상대적으로 효율적일 뿐 아니라 심도 있는 조사가 가능하다. 통계청 조사도 대부분 표본조사다.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처럼 뒤에 ‘센서스’가 붙은 조사 정도가 전수조사다.

9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한우농가에서 연천군청 소속 공공 수의사들이 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한우농가에서 연천군청 소속 공공 수의사들이 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민관 합동 구제역·AI 점검회의’에서 “전국의 소와 돼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검토하라”며 “방역인력 부족이 우려되면 군을 투입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된다. 면밀히 검토해 신속히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표본조사를 통해 발표한 항체 형성률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 따른 조처였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사육되는 소가 338만마리, 돼지는 1100만마리다. 인력도 문제이지만 전수조사를 마칠 때쯤이면 상황이 종료돼 있을지 모른다.

농식품부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전수조사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표본조사를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다. 표본조사의 생명은 표본의 대표성이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전국 9만8천여 농가 중 6900곳을 뽑아 농가별로 1마리를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그 농장의 모든 소에 항체가 생긴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이 1마리를 농장주가 선정했다. 한 예로 소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에서 농장주가 고른 1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100%가 되는 식이다. 통계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황 총리의 엉뚱한 지시 탓에 장병들만 생고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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