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얻어지는 정보 자산은 고스란히 일본에 넘어간다. 일본은 중국 내 반한 감정에 따른 시장 이익도 챙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은 한국이 고스란히 받고, 그 이득은 일본이 챙긴다.
선임기자 이건 안보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다. 그저 중국 약 올리기이다. 그리고 일본은 웃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이은 황교안 대행 정부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할 때마다 더 대못을 박아대고 있다. 사드 부지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발사 차량 등 장비를 전격 반입하고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에 한국을 더 때려 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 경제야 어떻게 되든, 안보와 외교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이제 사드는 중국에 전략적 위협보다는 자존심을 건 문제로 바뀌었다. 중국은 건국 이후 세 차례의 전쟁과 두 차례의 준교전 상태를 감행했다. 한국전쟁, 중-인(인도) 전쟁, 중-월(베트남) 전쟁이고, 진먼섬 포격 사건과 중-소 국경분쟁이다. 1979년 워싱턴으로 간 당시의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수교조약을 맺은 뒤 말했다. “조그만한 아이가 못되게 놀고 있다. 이제 볼기를 맞을 때이다.” 소련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깜라인만에 해군기지를 조차해준 베트남을 언급한 말이다. 중국이 보기에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의 패권을 넘어서 소련에 중국을 위협하는 마당을 내줬다. 덩샤오핑은 다음날 모스크바에 중국은 소련과 전면전을 치를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카터는 위성정보 제공 등 중국의 베트남 응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2월17일 베트남 침공을 감행해, 수도 하노이까지 위협한 뒤 27일 만에 철군했다. 중-월 전쟁은 중국한테 군사적으로 성공한 전쟁이 아니었다. 오히려 베트남의 반격에 곤욕을 치렀다. 화궈펑 당시 주석은 나중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우리는 달리는 호랑이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했다. 소련을 상대로 한 전쟁이자, 효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마오쩌둥 등 중국 지도자들에게 전쟁은 심리전이다. 중국은 상대를 심리적으로 제압했다면 성공한 전쟁으로 본다고 키신저는 지적했다. 실제로 소련은 중-월 전쟁 뒤 베트남과의 관계를 확대하지 못했고, 깜라인만의 해군기지 조차도 흐지부지됐다. 중국에 세 차례의 전쟁 등은 상대에게 중국의 안보 등 핵심이익 수호에서 결연함을 보이는 수단이었다. 사드 배치에 대못을 박으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착각이다.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 내의 반일 보복조처 등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2010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을 나포하자, 중국은 일본 전자제품에 필수품인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당시 일본은 간 나오토 총리의 친서를 휴대한 특사를 파견해 중국을 간신히 달랬다. 센고쿠 요시토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중국과의 갈등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반성했다. 그는 “중국 선원들의 귀국으로 중국이 이해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정도로 됐겠지’ 하고 생각했다”며 “중-일 관계에서 이해가 이 정도로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가 좀 더 일찍 습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중-일 갈등에서 일본이 항상 먼저 꼬리를 내렸다. 반복되는 중-일 갈등에서 이익을 본 게 한국이다. 중국의 반일 시위와 불매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한국 외교와 한국 제품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사드 배치로 얻어지는 정보 자산은 고스란히 일본에 넘어간다. 일본은 중국 내 반한 감정에 따른 시장 이익도 챙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은 한국이 고스란히 받고, 그 이득은 일본이 챙긴다. 곤궁한 처지의 한국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꽃놀이패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과 쿠바가 미국의 단호한 대응에 밀려 그냥 물러선 게 아니다. 소련은 미국에 쿠바 불침략과 터키 배치 주피터 미사일 철수를 얻어냈다. 외교와 안보는 일방적일 수 없다. 한국은 사드 문제에서 부지 문제 등을 이용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스스로 박찼다.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지 말라며 협상을 제의하는 중국의 약만 올렸다. 이런 식으로 사드 배치에 대못을 박는 것은 한국 안보와 외교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일본이 뒤에서 웃고 있다. 황교안, 김관진, 한민구, 윤병세, 이 사람들이 한국 안보와 외교, 그리고 경제까지를 말아먹고 있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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