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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경제 검찰’의 굴욕

등록 2017-03-08 17:43수정 2017-03-08 20:33

공정거래위원회는 흔히 ‘경제 검찰’로 불린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중앙부처들의 상징(CI)을 태극 문양으로 통일하기 전까지 공정위의 상징은 ‘부릅뜬 눈’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전 상징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전 상징
공정위는 ‘합의제 준사법기관’으로, 일반 정부 부처들과 많이 다르다. 사무처가 불공정 거래나 시장지배력 남용 등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을 조사해 심사보고서를 상정하면 위원회가 위법 여부를 판단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사무처가 검찰, 위원회는 법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며 임기는 3년이다.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전속고발권도 공정위의 강력한 무기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은 공정위와 직접 접촉할 일이 거의 없지만 기업들, 특히 재벌엔 두려운 존재다. 제재뿐 아니라 공정위의 정책 결정도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런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짓을 저질렀다.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에스디아이가 처분해야 할 주식을 1천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 처음에는 원칙대로 하려 했다가 청와대의 압력과 삼성의 로비에 무릎을 꿇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정재찬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주요 사무실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설립 36년 만에 초유의 사태였다.

대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을 위해 강제 수사권 부여와 위원 임기 연장 등 공정위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끝까지 외압을 버텨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굴욕이 제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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