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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비밀번호 증후군과 갤럭시S8

등록 2017-04-02 18:32수정 2017-04-02 19:32

비밀번호 관리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골칫거리 중 하나다. 모바일뱅킹을 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자주 있다. 보통 각종 비밀번호를 수십개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밀번호들을 기록해 놓은 메모장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사용하다가 그 비밀번호마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내가 벌써 치매인가”라는 우울한 생각까지 든다.

요즘은 보안 강화를 위해 웬만한 사이트는 3개월에 한번씩 비밀번호 변경을 요구한다. 비밀번호 설정 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져, 숫자와 알파벳에 더해 특수문자까지 넣도록 해 머리를 쥐어짜게 만든다.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자니 번거롭고 그냥 쓰자니 유출돼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비밀번호 설정과 기억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를 ‘비밀번호 증후군’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업체들은 비밀번호를 대신할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신체 일부를 활용하는 생체인식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의 안면인식 기능.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 갤럭시S8의 안면인식 기능.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30일 신제품 갤럭시S8의 공개 행사를 열었다. 갤럭시S8은 기존의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에 더해 안면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얼굴 골격을 분석해 본인 인증을 하는 기술이다. 지문인식보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홍채인식보다 편리하다. 실제로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얼굴 앞에 스마트폰을 대자 1초도 안 돼 잠금이 풀렸다고 한다. 또 잠자는 사이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는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상용화된 3가지 생체인식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S8이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바로 나타났다. 얼굴 사진만으로도 화면 잠금이 해제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다. 논란이 일자 삼성전자는 “안면인식은 화면 잠금 해제용일 뿐, 금융거래처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경우는 홍채인식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비밀번호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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