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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노동 대통령 / 백기철

등록 2017-04-11 16:39수정 2017-04-11 18:51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후보의 별명은 심블리다. 남편 이승배씨가 최근 애칭으로 붙여주면서 유명세를 탔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남편 이씨는 심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뒤 줄곧 전업주부로 내조해왔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심 후보의 1호 공약은 ‘슈퍼우먼 방지법’이다. 이 법안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크게 늘리면서 둘 다 ‘아빠의 사용’을 의무화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 대통령’을 자처한다. 이른바 ‘대압착’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대압착은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증세 등을 통해 소득 격차를 크게 좁힌 것을 말한다. 심상정판 대압착 제안에는 정규직의 획기적 확대(5년 내 80%까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최저임금과 연동된 최고임금제 등이 있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상황이 절박할수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심 후보의 대선 도전은 2012년에 이어 두번째다. 멀리 1997년 권영길 후보가 ‘국민승리21’ 간판으로 진보 깃발을 내건 뒤 2007년 대선까지 내리 세번 도전했고, 심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심 후보는 지난 대선 막판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최근 대선판이 요동치면서 진보 간판은 다소 모호해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맞대결하면서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진보정당 후보의 설 자리는 좁아지는 셈이다.

심 후보가 지난 대선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도사퇴를 되풀이할 경우 정치인 심상정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이 선거판의 종속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기까지는 아직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대선 완주와 두 자릿수 득표율을 약속한 심 후보가 헤쳐가야 할 길이 멀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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