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선거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1889년 중의원선거법을 공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가진 25살 이상 남자에게 투표권을 주었다. 그 뒤 1946년 20살 이상의 모든 남녀로 선거권자 범위를 넓혔고, 지난해 6월 다시 18살로 낮췄다.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일본처럼 18살이 넘으면 투표권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1년에 모든 선거의 투표권 행사 연령을 18살로 낮췄는데, ‘베트남 전쟁 징병 대상자를 18살 이상 21살 미만의 사람으로 하면서,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투표권 연령이 더 낮은 나라도 있다. 오스트리아, 쿠바, 브라질 등 6개국은 16살에,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은 17살부터 투표권을 준다. 자유롭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북한도 17살에 투표권을 준다. 투표권 연령이 19살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20살에서 한 살 낮췄다. 우리나라보다 투표권 연령이 높은 나라는 대만(20살)을 비롯해 19개국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25살로 가장 높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만 18살인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이번 대통령 선거(5월9일)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일이 7개월 앞당겨졌다. 그래서 1998년생 64만3천여명 가운데도 62%에 이르는 40만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됐다.
투표권 연령을 낮추자는 청소년들의 운동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는 만 18살 투표권 실현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로 대통령을 뽑기로 했다. 이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대선이 끝나면 투표권 연령 하향 조정 문제를 국회가 재론해야 한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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