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졸람은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때 수면유도제로 흔히 쓰인다. 세계보건기구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포함된 이 약이 최근 몇 년 새 사형제 논란으로 수난이다. 지난달 미국 아칸소주가 11일간 8건 집행이라는 무더기 사형 계획을 밝히며 내건 이유도 보유한 미다졸람 유효기간이 4월 말에 끝난다는 것이었다.
약물주입형 사형은 보통 수면유도제로 사형수의 의식을 잃게 한 뒤 호흡과 심장 정지제를 차례로 투여하는 3단계로 진행된다. 수십년간 쓰인 강력한 마취제 티오펜탈나트륨은 2011년 철퇴를 맞았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서방 유일한 사형집행국인 미국에 수출을 금지하거나 유럽 공장 허가조건을 까다롭게 하자, 미국 제약사가 생산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대체재인 펜토바르비탈 역시 덴마크 제약사가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졸지에 불려 나온 미다졸람은 이내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이 약물 100㎎을 투여받은 사형수가 2, 3단계 과정에서 깨어나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며 몸부림치다가 40분 만에 숨진 일이 발생하면서다. 리처드 글로십 등 다른 사형수들은 미다졸람 사용이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8조에 위배된다며 금지명령 청구에 나섰다. 연방대법원은 5 대 4로 청구를 기각했지만, 두 대법관이 사형제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며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아칸소주 사례는 이렇게 갈수록 줄어드는 사형제 입지를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집행이 없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다. 그런데 얼마 전 주요 대선주자라는 한 후보가 “사형집행을 안 하니 흉악범들이 날뛴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중범죄 추이 통계와도 어긋나는 주장으로, 저의가 의심스럽다. 유엔인권위도 “사형제에 반인륜적 범죄 억제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김영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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