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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레드팀 / 백기철

등록 2017-05-30 17:15수정 2017-05-30 19:05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를 흑자로 전환시켰던 앨런 멀럴리 전 최고경영자(CEO)는 직언하는 참모들을 가까이했다. 취임 직후 임원들을 데리고 ‘컨슈머 리포트’ 본사로 찾아가 포드 품질에 대한 충격적인 평가를 경청했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주저없이 말하는 이들을 항상 그의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그렇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 작성한 ‘신정부 국정운영 방향 보고서’를 보면, 이른바 ‘레드팀’ 프로세스의 도입 필요성이 나온다. ‘위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레드팀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외부 시각과 비판을 전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레드팀이란 군이나 기업에서 기존 조직에 도전하는 사고나 행동을 체계화해서 내놓는 팀을 말한다. 아이비엠(IBM)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오랫동안 운용했다. 미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레드팀을 상용화했다. 테러 조직 처지에서 침투훈련 등을 함으로써 방어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멀리 1932년에는 미 해군 장성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 패턴을 정확히 예측했지만 묻혀 있다가 9년 뒤 실제 상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견을 말하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다. 서슴없이 직언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끼리끼리 있다 보면 바깥과는 유리된 채 섣부른 결론이 나올 때가 있다. 민감한 문제일수록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 청와대가 안팎으로 얼마나 열린 논의를 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내에 어떤 형태로든 레드팀을 만들어야 한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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