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팀장 새 정부가 지난 16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사실상 ‘없던 일’로 돌려버렸다. 사실 ‘성과연봉제 폐기’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노조 동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그다음 ‘스텝’이 무엇이냐에 있다. 아쉽게도 정부 발표에선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없애도 된다는 지침만 강조됐다. 그렇다면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과 무관하게 기존 임금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동안 임금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은 공공기관 안팎에서 적잖게 나왔다. 현재 공공기관 임금체계는 호봉제를 기본으로 한다. 호봉제는 학력과 성별 등에 따라 초봉이 결정된 이후, 해마다 호봉이 자동으로 오르면서 임금이 높아지는 제도다. 생애주기상 연령이 올라갈수록 생계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과 맞물려 노동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임금체계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업무 내용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임금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고령화에 따라 정년이 연장되고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게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는 한층 더 커졌다.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할 수도 있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된 적은 없었다. 특히 보수정부 9년 동안은 ‘성과주의’와 ‘효율성’만 강조되다 보니 노동계와의 대화가 쉬울 리 없었다. 공공기관이 지나친 성과주의에 빠지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교훈으로 보면, 앞으로는 ‘효율 추구’보다는 ‘공정 임금’을 화두로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없는데도 벌어진 임금격차는 완화해나가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공기업 정규직 남성의 평균 연봉이 7036만원인 데 견줘 지방 공기업 여성의 연봉은 3126만원에 불과하다.(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기관 특성에 따른 격차뿐 아니라 성별 격차가 반영된 결과다. 같은 기관 내에서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임금격차가 두배 이상 벌어진다. 비정규직들이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이들에 대한 임금체계는 최저임금을 약간 넘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심지어 현재의 호봉제에선 같은 직급 내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윗직급으로 승진을 못하더라도 장기근속만 하면 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직무급’은 직무가치와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특성보다는 업무 내용이 무엇이냐로 따지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가장 가까운 제도로도 꼽힌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줘서 방안을 설계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안갯속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갔던 임금체계가 바뀌면 일정 정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불가피한데다, 모두가 신뢰할 만한 직무가치 분석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어려움도 있다.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지만, 공공부문에서 큰 줄기가 바뀌면 임금격차가 더 극심한 민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2014년 기준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비중은 2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일랜드와 미국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임금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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