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보수의 본진이 되어 집권의 대안이 되겠다”(6월26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혜훈 대표) “자연인 조윤선으로 소박한 희망을 이어가고 싶다”(7월4일 ‘블랙리스트’ 결심공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는 3명의 서울대 출신 여성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나경원 이혜훈 조윤선. 이혜훈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배인 유승민 의원과 함께 이명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 선봉에 서 ‘네거 남매’라 불릴 정도로, ‘핵심 친박’이었다. 2008년 국회의원이 된 조윤선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뒤늦은 ‘친박’이 됐다. 여성가족부 장관-정무수석-문체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에서 조윤선이 밟은 그 ‘꽃길’은 어쩌면, 이혜훈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이혜훈은 특유의 빠른 말로 친박 쪽 인사들을 향해 ‘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과 점점 멀어져 갔다. 그 대가로, 2012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 단독 공천신청 했지만 탈락했다. 그 자리엔 ‘친박’ 김회선이 들어왔다. ‘비박계 전 의원’ 이혜훈은 이제 무대 뒤로 사라질 듯했다. 2016년 총선 서초갑 경선에 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무모해 보였다. 청와대는 조윤선을 붙였다. 이혜훈을 컷오프 시키지 않은 건 조윤선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이혜훈 조윤선과 각각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함께한 이들은 이혜훈에겐 “열심히 하시라”, 조윤선에겐 “엄살떨지 마시라”고 했다. 그러나 이혜훈이 이겼다. 13표 차이. 결과는 둘의 ‘운명’을 갈랐다. 그러나 이혜훈과 조윤선이 그저 시대의 격랑 속에 휩쓸린 것으로 보진 않는다. 그들은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이혜훈은 ‘안쪽에서 바깥으로’, 조윤선은 ‘바깥에서 안쪽으로’의 행보를 매번 택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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