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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자사고·외고 ‘2013 어게인’? / 김영희

등록 2017-07-06 17:08수정 2017-07-06 20:54

김영희
논설위원

지난달 자사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엄마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2013년 9월24일 서울 양재동 케이호텔도 검은 옷의 자사고 학생 엄마들 1천여명으로 가득했다. 그 전달 교육부는 자사고 완전추첨제를 포함해 ‘일반고 역량강화방안 시안’을 발표한 터였다. 자사고 교장들의 반발이 잇따른 가운데 급기야 그날 공청회는 단상에 오른 엄마들 구호와 노래에 파묻혀 두차례 시작을 미루다가 무산됐다. ‘일반고 붕괴’ 앞에서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마저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대책 또한 휴짓조각이 됐다. 한달 뒤, 교육부는 서울 자사고의 지원자격을 없애는 대신 최종 면접이라는 없던 권한을 되레 얹어줬다.

“아이가 공부 좀 잘해서 자사고나 외고 가는 게 무슨 죄야?”

요즘 다시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사실 그들은 좀 더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서울 모 외고에선 내신 5등급도 전형만 잘 고르면 모 명문대 수시에 지원한다는 말이 ‘상위 몇퍼센트’ 커뮤니티 부모들 사이 파다하다. 대입에 고교서열이 뻔하고 일반고는 ‘슬럼’이라는데, 능력과 형편이 되는 이들에게 이런 선택지를 외면하라고? ‘성인군자’가 되라는 말이다.

대구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특목고·자사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스크린에 제시된 입시 정보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대구/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대구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특목고·자사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스크린에 제시된 입시 정보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대구/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제도가 있는 한, 이런 개인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 기준점수 미달 학교 몇곳을 탈락시킨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10년, 20년의 논란 끝에 우리 사회가 이 제도를 없애자는 데까지 온 것이다. 물론 사교육이 다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른 입시 명문고도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지금 같은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는 시작은 될 수 있다. 전국 고교의 3.3%인 자사고·외고 출신이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입학생의 32.3%를 차지하는 게 자연스런 경쟁 결과라 말할 수 있나.

올해 고3인 작은아이를 보며 새삼 느낀다. 전국 수험생을 1등부터 60만등까지 줄세우는 입시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내신 등급은 소수점까지 따진다. 학생부종합전형 문제점이 부각되며 ‘공정한’ 것처럼 얘기되는 정시 수능의 경우, 이른바 ‘스카이’ 대학 학생들이 틀리는 개수는 1~3개 정도다. 지금 수능은 예전 학력고사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 대부분이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을 향해 초등생 때부터 전력질주하는 시대기도 하다. 그런데 단 한번 실수로 엇갈리는 대학의 서열 차는 어마어마하다. 영점몇점이 정말 의미있는 변별력일까?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개혁의 핵심은 특권으로 불평등하고 경쟁만능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불행한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7년 자사고·외고는 ‘2013년 재판’이 되지 않는다는 더욱 강력한 시그널부터 보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사회적 대화는 중요하지만, 4년 전 집단반발의 ‘승리’를 경험했던 이들에게 자칫 그릇된 신호로 작용해선 안 된다. 교육의 근본체질을 바꿀 수능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등 무엇 하나 고교서열이 강고한 현실에선 온전히 발도 못 뗄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지원 등으로 교육복지예산이 급증할 것이다. 하지만 오이시디(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공교육비와 1년 사교육비 시장(33조원)이 공교육비(27조원)보다 큰 현실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한 비용이다.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처럼 사회 변화도 시작되고 있다. 학생 피해를 줄일 방식과 시기 논의는 필수적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강남 쏠림이 심각해진다면 8학군 공동학군제 등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풍선효과’나 ‘하향평준화’ 같은 말은 멈춰라!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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