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평원, 이따금 자동차가 흙먼지와 함께 남기고 간 문명의 흔적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 이들이 있다. 나뭇가지로 움막을 짓고 유목생활을 하며 원시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 북부의 삼부루족 노인들이 해질녘 길을 걷고 있다. 한때는 ‘모란’이란 이름의 전사로 맹수를 사냥하며 부족을 지켰던 이들. 비록 등은 굽었지만, 혹시 모를 들짐승의 출몰에 대비해 창을 든 채 잿빛 들녘을 가로지르고 있다. 하루 남짓이면 어느 곳에든 다다를 수 있는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지만, 저마다의 공간에서 제각각의 시간을 살고 있다. 단지 우리 모두는 어딘가를 향해 끝 모를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왐바(케냐)/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