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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춤추는 장례식 / 조일준

등록 2017-08-02 17:43수정 2017-08-02 21:02

최근 가나의 한 마을에서 치러진 장례식에서 ‘춤추는 상여꾼’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영국 <비비시>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가나의 한 마을에서 치러진 장례식에서 ‘춤추는 상여꾼’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영국 <비비시> 방송 화면 갈무리
서아프리카 가나에선 사랑하는 이의 영결식에 ‘춤추는 상여꾼’을 고용한다. 말쑥하게 정장을 빼입은 이들이 관을 짊어지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토속적 흥취로 발을 구르고, 관을 무릎에 얹고 손뼉 치며 노래하고, 관을 들었다 놨다 어깨에 받치고 휙휙 도는 묘기를 선보인다. 아슬아슬 현란한 춤 솜씨에 상주와 손님들도 웃음을 터뜨리며 리듬에 몸을 싣는다. 조문객이 아니라 하객, 장례가 아니라 축제 같다. 관 속의 망자도 누워 춤춘다. 자칫 저승길 멀미를 할 지경이다. 최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가나의 한 마을에서 전한 장례식 풍경(▶BBC 동영상)이다.

댄스 리더인 벤저민 아이두는 취재진에게 “상주에게 (장례 춤을) 엄숙하게 할지, 화려한 안무를 입힐지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례식에 100명도 넘는 남녀 일꾼을 고용했다며 “실업률을 낮추는 내 방식”이라고 말했다. 상주는 96살의 노모를 떠나보낸 엘리자베스 아난. “엄마가 조물주에게 돌아가는 길을 춤추는 여행으로 해드리고 싶었어요.” 앞서 2014년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가나의 장례축제에는 화려한 광고판을 포함해 평균 1만500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가나인들은 죽음이 애도해야 할 종말이 아니라 축하해야 할 ‘귀향’이라고 믿는다. 거금을 들여 치를 만큼 중요한 사회적 통과의례다. 우리도 망자를 두고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우리 전통 풍습에도 축제식 장례놀이가 꽤 있다. ‘진도 다시래기’(중요무형문화재 81호)가 대표적이다. ‘다시 나기’ 또는 ‘다시락’(多侍樂)이 어원이라고 한다. 다시래기는 실제로 상가 마당에서 ‘아이 낳는 놀이’를 하고, 농밀한 성적 재담과 행위극이 펼쳐진다.(2004, 국립문화재연구소) 장례가 죽음을 문화적으로 수용하고 극복하는 연희인 셈이다.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 망자의 삶과 죽음은 떨어져 있지 않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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