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 전문가들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모여 동물의 의식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모든 포유류와 조류, 문어를 포함한 그밖의 많은 동물이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기질을 지니고 있다. 인간만이 의식을 생성하는 신경기질을 지닌 유일한 생물이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의 주요 내용이다.
동물이 의식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다. 마음은 고통·쾌락·분노·사랑 같은 주관적 경험의 흐름이다. 생명과학 연구 결과는 모든 포유류와 조류, 일부 파충류와 어류가 감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처럼 쥐 개 돌고래 침팬지 역시 의식을 갖고 있고, 복잡한 감각과 감정의 세계를 지닌다. 인류가 특별해진 것은 도구 제작과 지능 때문이다. 인류는 종교와 같은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만들어 대규모 협력을 이뤄냄으로써 세계를 제패했다.(<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과학계의 이런 변화에 부응해 뉴질랜드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동물이 감응적 존재임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동물복지에 관한 수정조항을 통해 동물을 감응적 존재로 규정하고, 축산업에서 동물복지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캐나다 퀘벡주가 비슷한 법을 통과시켰다.
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도 이미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등을 일부 도입했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공장식 축산과 항생제 남용 등의 폐해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접근이 단순히 인간복지를 위해 동물복지를 개선하는 데 그쳐선 곤란하다. 동물을 인간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오직 인간만 특별할 뿐 동물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는 오도된 휴머니즘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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