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푸르름 사이로 노란빛이 물들어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연못에서 왜가리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왜가리는 ‘백로와 같이 살지만 흰색이 아니라 슬픈 새’라 불린다. 또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로 오인되곤 하지만, 훨씬 덩치가 작고 개체 수가 많은 텃새이기도 하다. 국회의사당 안에서도 색깔이 다른 여러 정파가 저마다 명분을 뽐내며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국민에겐, 깃털의 색깔이나 개체 수보다 해충을 잡아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는 새가 고마운 법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