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말 한국과 미국은 미사일 협상을 타결해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까지 늘렸다. 두 달 뒤 한국은 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4천억원 규모의 지대지전술미사일을 구매했다. 이는 미사일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으면 살 수 없는 것이었다. 2012년 말 미사일 사거리가 800㎞까지 확대됐다. 이번에도 두 달 뒤 노스럽그루먼이 7700억원 규모의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팔기로 했다. 이 역시 종전 미사일 지침으로는 팔 수 없는 것이었다.
미국의 아시아정책 풍향은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제조·금융·서비스 그룹의 이익 사이를 오간다. 군산복합체는 한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최적 긴장’을 바란다. 반면, 제조·금융·서비스 쪽은 긴장이 완화되는 가운데 투자·교역으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 미국 내 이익집단 균형에 따라 한반도 정책이 영향을 받는다.
2000년 11월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9개월간 미국 4대 군수기업인 보잉, 레이시온, 노스럽그루먼,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평균 40% 상승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는 2002년 한 연설에서 부시 행정부 초기 대북정책은 미사일방어(MD)에 필요한 명분을 만드는 데 기초했다고 말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다수의 상·하원 의원들이 북-미 협상이 진행되면 엠디 명분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다고 회고했다. 북핵 문제가 엠디에 의해 다분히 좌우돼 왔다는 것이다.(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창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결국 무기 장사꾼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말려 북한은 핵폭탄 만드느라 더 등골 빠지고, 한국은 천문학적 무기 도입 비용을 치러야 할 판인지도 모른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UN총회 참석차 뉴욕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현지시간) 뉴욕 맨하탄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현안에 대해 논의 했다. . 2017.09.20 뉴욕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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