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팀장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일명 ‘반값 복비’로 논란의 한복판에 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좋은 집을 토스한다’는 뜻의 이름을 단 ‘집토스’가 주인공이다. 이 업체는 집을 구하는 세입자에겐 수수료를 안 받는 전략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을 당연시해온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강남점의 경우 지난 8월 문을 열자마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쪽 항의로 한달여간 ‘개점휴업’ 상태로 지내야 했다. 지난 7일 이재윤 집토스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왜 수수료를 절반만 받나? “돈은 적게 받고 서비스 질은 높이자는 전략인데 가격 부분만 이슈가 됐다. 고객을 낚기 위한 광고성 정보 대신 제대로 된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큰 기존 중개시장과 사기 피해 우려가 있는 직거래 사이에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존 업자의 반발이 거센데? “정부가 청년창업을 장려하면서 다니던 대학에 ‘벤처경영’이라는 전공이 생겼다.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라고 배웠고 실행에 옮겼는데, ‘이단아’라느니 ‘망하게 하겠다’는 따위의 협박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사업할 때 기득권 반발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영세 업자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는 독점 대기업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을지 망할지도 아직 모른다. 실험 자체를 막는 건 문제 아닌가.” 기존 중개업자들의 저항이 계속되는 사이, 이미 업계에선 ‘공짜방’ ‘우리방’ 등 비슷한 전략을 내건 후발 업체가 나오고 있다. 수수료의 상한선만 정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법에 저촉되지 않을뿐더러 소비자들의 호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마침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선 ‘혁신성장’을 외치는 목소리가 떠들썩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하자, 야권에선 아전인수 격으로 혁신성장 예찬론을 연일 쏟아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과거 정부에서 했던 것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혁신성장을 이제야 말하느냐’고 다그치는 야권의 혁신성장론도 실체가 모호하다. 이런 가운데 집토스 논란에 담긴 함의는 의미심장하다. 스타트업은 정부가 지원과 육성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혁신성장의 주체이지만, 이들이 제대로 혁신을 이루려면 만연한 기득권 구조부터 허물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토스가 맞서고 있는 상대는 기존 공인중개사들이 구축해둔 오랜 질서다. 좀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보다는 단순 중개에 머무르는 기존 영업 방식의 울타리를 공고히 쳐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혁신’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이는 중개업계에만 통용되는 논리는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더 높은 진입장벽과 더 불공정한 기득권 구조가 촘촘히 박혀 있다. 때론 정치적 힘도 발휘하는 이들 앞에서 정부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전자계약 확대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작 이 시스템이 필요한 직거래 시장에선 활용할 수 없게 막아놨다.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는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 “공공부문, 규제나 면허사업, 독과점 대기업의 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보상이 간다”며 사회보상체계 개편을 강조한 바 있다. 알맹이 없는 구호 대신 실속있는 논쟁이 필요한 때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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