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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의 화·들·짝] 인구 문제, 극복할 수 있나

등록 2017-10-17 18:14수정 2017-10-17 19:03

이제는 한 해 태어나는 아기가 40만명 안팎에 그친다. 그런데 사망자는 지금부터 크게 늘어 2018년 30만명, 2028년 40만명, 2037년 50만명, 2044년에는 6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민자를 대폭 받아들이거나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30년대 이후 인구 감소는 필연이다.

1950~200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인 시기다. 그 전후 50년인 1900~1950년과 2000~2050년이 비슷하고, 2050~2100년은 1850~1900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곧 인구증가율은 1950~2000년을 봉우리로 해서 좌우 대칭 형태를 나타낸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1년부터 줄어든다. 529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5년에는 2015년 수준인 5100만명이 된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인구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일관된 흐름이 있다. 1960년대를 정점으로 인구 증가 규모가 거의 일정하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경제개발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1960년의 총인구는 약 2500만명이었다. 그 뒤 10년마다 650만명(1960년대), 600만명(1970년대), 550만명(1980년대)이 늘어 1990년에 4300만명이 됐다. 이즈음부터 증가 규모의 낙폭이 커져 1990년대에는 400만명, 2000년대에는 300만명이 많아지는 데 그쳤다. 그다음 10년에는 200만명(2010년대), 인구가 증가하는 마지막 10년에는 100만명(2020년대) 정도가 늘게 된다.

1960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한 해 사망자 수는 25만명(10년에 250만명) 안팎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출생아 수를 10년 단위로 셈하려면 늘어난 인구수에 250만명을 더하면 근사치가 나온다. 1960년대엔 900만명(한 해 90만명), 1970년대 850만명, 1980년대 800만명, 1990년대 650만명, 2000년대 550만명이다. 이제는 한 해 태어나는 아기가 40만명 안팎에 그친다. 그런데 사망자는 지금부터 크게 늘어 2018년 30만명, 2028년 40만명, 2037년 50만명, 2044년에는 6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출산 장려책이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출생아 수가 한 해 50만명을 넘기는 몹시 어렵다. 이민자를 대폭 받아들이거나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30년대 이후 인구 감소는 필연이다.

적절한 인구와 균형 있는 분포는 활력 있는 사회와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이다. 근대 이후 경제성장을 이뤄낸 나라들을 살펴보면, 인구 급증에 뒤이어 경제가 급팽창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이런 추세는 경제발전 초·중기에 노동력 공급 확대가 필수적인 것으로 설명된다. 물론 생산성 향상이 더 중요한 단계가 되면 급격한 인구 증가는 거꾸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예측 연구소 에이치에스(HS)덴트는 경기의 큰 순환을 인구구조 변동으로 설명한다. 인구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세대’는 출산인구 증감에 따라 대략 40년 주기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이며, 경제 또한 이를 주기로 크게 바뀐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29년 대공황으로 경제가 바닥을 친 뒤, 차세대 소비집단이 등장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제를 끌어올린 시기가 1942년에서 68년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에 혁신이 크게 이뤄지진 않았으나 기존 기술을 좀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하게 활용함으로써 경제가 팽창했다. 이후 1946~64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집을 떠나면서 부모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지만, 노동시장에 갓 편입된 베이버부머들은 아직 생산성이 낮아 경제가 어려워졌다. 1969년에서 1982년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베이버부머들이 마침내 노동인력으로 완벽하게 흡수돼 생산성이 올라가고 가정을 꾸려 자신만의 소비 흐름을 만들면서 경제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 1983년에서 2007년까지의 시기다.

미국에서 가구의 소비가 최고에 이르는 것은 주 수입원인 가장의 나이가 46살인 때라고 한다(우리나라는 조금 더 늦다). 이후엔 소비가 다시 줄고 새 인구집단이 나타날 때까지 경제는 하강기에 접어든다.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은 베이비부머들이 소비 절정기를 넘긴 시기와 일치한다. 지금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닥친 ‘경제의 겨울’로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나라를 봐도 인구변화와 경제순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난다. 1980년대 이후 중국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1978년 한 아이 정책을 강제 시행하기 이전 수십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인구가 있다. 이들은 2020년대까지 중국의 소비와 성장을 떠받칠 것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추세가 굳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소비 중심에서 물러나는 2020년대가 되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지기가 쉽다.

각국의 정치 변화 또한 인구 변동과 연관된다. 젊은층의 인구가 팽창할수록 격변 가능성이 큰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화의 이정표가 된 1960년 4·19 혁명, 1987년의 6·10 민주항쟁, 2016년 촛불혁명은 각각 1930년대의 인구붐 세대,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 베이비붐 2세 등의 청년기(20~30대)와 맞물린다. 2010년부터 중동 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 또한 네트워크로 무장한 대규모 젊은층이 주역이었다.

세계 인구는 근대화 초기인 1800년에 10억명 정도였다. 이후 127년 뒤인 1927년에 20억명으로 늘어났다. 다시 10억명이 더 추가되는 데는 33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1960년 이후 지금까지 대략 13년마다 10억명씩 늘고 있다.(40억명 1974년, 50억명 1987년, 60억명 1999년, 70억명 2011년, 80억명 2024년 예상) 20세기 100년 동안 인구가 거의 4배가 됐는데, 특히 1950~2000년에 35억명이나 증가했다.

1950~200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인 시기다. 그 전후 50년인 1900~1950년과 2000~2050년이 비슷하고, 2050~2100년은 1850~1900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곧 인구증가율은 1950~2000년을 봉우리로 해서 좌우 대칭 형태를 나타내며, 2050~2100년 사이에 인류의 인구폭발시대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역별 인구 변동 추이다. 인구는 유아사망률이 낮아지고 수명이 늘면서 급증하기 시작해 출산율 저하와 함께 증가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인구 변천(transition)의 사이클이 안정을 되찾은 뒤에는 인구가 별로 늘지 않거나 줄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 변천을 끝낸 나라의 현상이다. 옛소련을 포함한 유럽과 북미 지역이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가장 먼저 이런 과정을 거쳤고,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도 사이클의 끝부분에 있다. 남미·중동·북아프리카 지역도 인구 증가의 절정기를 지났다. 하지만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증가율이 높다. 동남아 지역은 나라별로 위의 여러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제력 팽창이 인구 증가에 후행하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지구촌의 성장을 이끌 지역이 어딘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2015년 유엔인구기금 기준)는 ‘8 8 7 3 3 0 1’로 요약할 수 있다. 각 숫자는 10살 단위 인구 규모를 나타내며, 10을 더하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나온다. 곧 10살 미만이 18%, 10대가 18%, 20대가 17%, 30대가 13%, 40대가 13%, 50대가 10%, 60살 이상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이하가 53%나 되므로 세계 인구는 아직 젊다.

우리나라는 -1 1 4 5 7 6 9다. 20대 이하가 34%에 그치고 40대 이상이 52%로 두텁다. 이런 가분수형 구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1 0 1 3 4 3 19)과 유럽(1 0 3 4 4 5 13)이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하지만, 고령화 속도는 우리가 더 빠르다. 이들 나라의 인구구조를 아프리카(19 12 7 3 -2 -4 -4)나 인도(9 9 8 5 2 0 -2)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선진국 가운데는 미국(3 3 5 4 3 5 8)이 거의 유일하게 나이별 인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이민자들의 역할이 크다. 이민자들을 잘 통합해 나간다면 미국의 인구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셈이다.

인구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지 않다.

김지석 대기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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