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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론야스 만주 / 김영희

등록 2017-11-07 17:52수정 2017-11-07 19:09

일본의 도쿄도 니시타마군 히노데마을엔 30년 넘게 판매되는 명물이 있다. ‘우정’을 뜻하는 빵으로 팔리는 ‘론야스 만주’. 1983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히노데산장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을 기념한 것이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가 전통식 화덕이 있는 다다미방에서 무릎을 꿇고 차를 대접하던 모습은 일본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 외교의 대표적 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1980년대 초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심해지며 ‘일본 때리기’가 본격화한 때다. 그럼에도 미-일 동맹이 급속도로 강화된 데엔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돈독했던 두 정상의 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둘의 이름 앞글자를 딴 ‘론-야스’란 조어는 양국 밀월관계의 상징이 됐다.

올해 초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그해 1월 미국에서 열린 두 정상의 첫 회담 관련 문서를 보면 그 ‘우정’의 바탕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유럽 배치로 골머리를 앓던 레이건 대통령에게 나카소네 총리는 “유사시 소련의 잠수함을 일본해에 가둬놓겠다” 같은 발언을 하며 ‘일본 안보 강화’ 카드를 내놨다.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하는 미국에, 국내총생산의 1% 이내로 방위비를 억제하던 기존 방침을 폐기하겠다고 미리 알렸다. 실제 나카소네 총리는 3년 뒤 ‘방위비 1% 룰’을 깬 예산을 편성하며 일본의 급속한 군비확장에 불을 댕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6일 “미-일 동맹이 지금처럼 긴밀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이름을 부른다니 곧 ‘돈-신조’란 조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모테나시를 즐기면서도 노골적인 무역적자 시정 및 무기 구입 요구를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조수’ 역할이었다고 다소 야박하게 평가했다. 30여년 만에 반복되는 역사를 보는 기분이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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