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다동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가상화폐 시세판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는 일확천금을 좇았던 역대 투기 사례를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분석한 역작이다. 저자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1845년 영국의 철도 버블, 1929년 미국의 대공황, 21세기 초 인터넷 버블 등의 전개과정을 설명하면서 투기꾼들의 심리와 행동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대공황 전야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무더위로 나른한 여름, 호황의 마지막 날 1만명 이상의 군중이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며 증권거래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가가 대세 상승할 것이라는 환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성적인 사고나 판단보다는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사람들의 루머를 믿었다. 투자자들은 손실의 두려움이 수익에 대한 탐욕보다 커지는 순간까지 ‘인식의 부조화’가 주는 스트레스를 견뎌낸다. 하지만 운명의 순간이 9월3일 찾아왔다. 이날 마침내 다우존스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뒤 바로 다음날 추락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문업자 로저 배브슨이 미국경제인회의에서 증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의 경고는 새시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증시는 배브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10월24일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고 주가가 대폭락했다. 개미집을 들쑤셔놓은 듯 투자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엄청난 양의 주식을 헐값에 내던졌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상화폐 투기가 전세계적 현상이라고는 하나,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일상을 제쳐두고 온종일 가상화폐에만 매달리는 ‘비트코인 폐인’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직장인과 대학생, 심지어 중고등학생까지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기의 역사>의 원제목은 ‘Devil Take the Hindmost’다. 직역하면 ‘악마는 맨 뒤쪽의 사람을 잡는다’이다. ‘상투를 잡으면 망한다’는 얘기다. 군중심리에 쏠려 부화뇌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증시의 오랜 격언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관련 기사 : 미성년자·외국인, 가상통화 거래 금지 ▶ 관련 기사 : 비트코인 거래소 앞 60대 “규제?, 갖고 있으면 무조건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