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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2018 파쇼 타도 / 김남일

등록 2018-01-16 18:06수정 2018-01-16 19:05

김남일
정치팀 기자

“경찰관에게 물어보나 검찰관에게 물어보나 고문이라는 것은 절대로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고문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읍니다… 결국 검찰관이나 경찰관이 맨든 조서에 대해서 증거력을 주지 말 것… 그러면 적어도 경찰에서 무엇을 말했다든지 수사기관에서 한 자백은 검찰기관 혹은 공판정에서 부인할 때에 언제든지 칠판에다가 써두었든 글을 딱가버린다든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비로서 경찰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 고문을 적어도 근절은 못 시키드라도 어느 정도 삭제할 수 있지 않는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읍니다.”(1954년 2월16일 국회 형사소송법안 독회)

“기소권만을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이거늘 또 수사의 권한까지 푸라스하게 되니 이것은 결국 검찰 파쇼를 가지고 온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되어 있는데, 경찰에다가 수사권을 전적으로 마끼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오지 않나,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의 경향이 더 시지 않을까? …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가지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 생각을 했든 것입니다. 그러나 장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는 분리시키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읍니다.”(1954년 1월9일 국회 형사소송법안 공청회)

입법 흔적이 담긴 태동기 국회 회의록 등을 보면, 이후 70년 한국 사회를 규정해온 어떤 기준들을 발견하게 된다. 두 발언은 현행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기초를 만든 검사 출신 엄상섭 의원의 것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중앙정보부의 시대였다면 전두환 군사정권은 경찰 치안본부가, 문민정부 이후로는 검찰이 권력의 중심이었다. 1994년의 혹서를 지하철·철도노조 파업, 김일성 주석 사망과 조문 파동, 박홍 주사파 발언 파동으로 이어지는 ‘신공안정국’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그 뒤에 ‘구공안’ 대검찰청 공안부장 최환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떠올리지 못한다.

‘정치감각 뛰어난 대표적 공안통’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그는 5공 후반 정치적 격변기에 굵직한 공안사건을 도맡다시피 하며 체제 수호라는 공안의 사명에 충실했다. 최환은 서울지검 공안부장 시절이던 1986년 2월 “개헌 제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만이 할 수 있다”며 대통령직선제 개헌 서명운동을 하던 대학생을 200명 가까이 구속하고 그 배후라며 야당과 재야단체를 압수수색했다.

그런 그가 이듬해 1월 박종철 고문치사를 은폐하려는 경찰의 주검 화장에 제동을 거는 수사지휘 하나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디딤돌을 놓았다. 그는 결정적 한순간, 형소법의 아버지가 시대적 한계로 남겨둔 수사와 인권의 요체를 깨달은 덕에 진정한 의미의 체제 수호자로 남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는 이후에도 대검 공안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등 요직에 오른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문을 열기도 전에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분산·조정·축소하는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이 발표되며 여야가 시끄럽다. 불과 1년6개월 전 저마다 파쇼로 군림하던 권력기관들은 정권이 바뀌자 비트코인 가격만큼 빠르게 표변했다. 어제의 그들이, 오늘 하는 말을, 내일 믿을 수 있는가. 권력의 사지를 끊어 오늘과 내일의 파쇼를 막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인가. 어제의 파쇼를 감싸는 야당은 언감생심 여당 꿈을 꾸는가. 2018년 국회는 앞으로 70년 한국 사회 새 기준을 만들고 있는가.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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