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다른 승객이 멘 백팩 때문에 간혹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출퇴근 시간 비좁은 지하철에 서 있다 보면 뒤쪽 승객이 멘 백팩이 나를 압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딱딱하고 두툼한 백팩이다 보니 이리저리 피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백팩을 멘 이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선 백팩족이 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백팩 에티켓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출퇴근길 등 복잡한 시간대에 지하철에 타면 백팩을 손으로 들거나, 선반 위에 올리거나, 아니면 앞으로 돌려 메는 것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선 지하철 승객의 49%가 백팩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며칠간 지하철을 탔는데, 백팩 에티켓을 살필 수 있었다. 퇴근 시간 복잡한 지하철에서 운좋게 좌석에 앉아서 보니 앞에 서 있는 여남은 명의 승객 중 두 명이 백팩을 앞으로 메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다. 승객 중에는 옆으로 메는 가방을 앞으로 돌려 잡고 있는 이도 더러 있었다. 옆으로 메는 가방도 주변 승객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도쿄 백팩족들이 대부분 이렇게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승객이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럿이 있는 장소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마음 씀씀이와 행동을 공중도덕, 에티켓, 매너 등등 뭐라 불러도 좋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배려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길거리에서 상대방을 몸으로 툭툭 치고 가는 행동도 거의 사라졌고, 백화점 출입구 등에서 뒤따라오는 이를 위해 문고리를 잡아주는 일도 많아졌다. 우측 보행도 제법 자리잡았다. 백팩족이 늘고 있는 만큼 이제 백팩 에티켓도 자리잡았으면 한다.
백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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