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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단일팀 보도, 한겨레가 ‘문재인 정부 나팔수’인가요?”

등록 2018-02-01 18:07수정 2018-03-05 11:07

이종규

저희 신문사 시민편집인실에는 독자들의 의견 전화가 매일 수십통씩 걸려옵니다. 접수된 의견 건수만 놓고 본다면, 지난달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었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 국민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저희 신문은 대체로 ‘단일팀 찬성’ 쪽에 서서 기사를 썼습니다.

단일팀 논란이 본격화한 15일치 3면 머리기사(격렬한 빙판 위 남북 단일팀 ‘평화올림픽’ 흥행 선봉으로)와 사설(평화올림픽 의미 키워줄 남북 단일팀 구성)을 통해 단일팀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이후에도 17일치 5면 기자 칼럼(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올림픽 정신이다), 24일치 1면 인터뷰 기사(“남북단일팀 엄청난 일… 평화메시지 계기 될 것”), 26일치 사설(처음 만난 ‘단일팀’, 이제 논란 넘어 성원할 때다) 등을 잇따라 내보내며 ‘평화 올림픽’ 이슈를 끌어갔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들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한겨레>는 스포츠마저 정치화한다’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꼭 단일팀을 해야 하나’ ‘찬반양론이 있는데 반대 의견은 안 다룬다’…. 쓴소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신문 논조에 찬성하는 독자들은 굳이 의견을 안 밝히는 경향이 있으므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의 전화를 해온 독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는 ‘문재인 나팔수론’입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이면 다 찬성하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겨레>가 단일팀에 찬성하는 것은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 때문입니다. 저희 신문은 1988년 ‘민주화 실현, 민족의 평화통일, 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창간 이념으로 탄생했습니다. 그 창간 정신에 따라, 남북 화해·협력의 길을 여는 정책은 지지하고, 대결을 부추기는 움직임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저희 신문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에 지지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군사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 정부와 19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인 <한겨레>의 관계가 원만했을 리는 만무합니다. 저희 신문은 노태우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를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1989년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의해 편집국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당시 리영희 논설고문이 구속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단일팀 구성만큼은 “통일의 첫걸음”(91년 2월14일치 사설)으로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겨레>의 가치에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북 경협을 중단시킨 5·24 조치(이명박 정부)와 개성공단 폐쇄(박근혜 정부)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키울 것”(2016년 2월17일치 사설 등)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물론 이번 단일팀 논란을 다룬 <한겨레> 보도에 반성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일팀 반대 여론도 상당한데, <한겨레> 지면에선 반대 목소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독자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특히 ‘대의를 위해 개인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전체주의 국가와 다를 게 뭐냐’는 항변은 귀담아들었어야 할 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늘 팍팍하기만 한 2030세대에게 공정성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일 수 있다는 점도 쉽게 간과한 것 같습니다. <한겨레>의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반대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독자들의 질책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신뢰받는 <한겨레>가 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을 지키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참여소통에디터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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