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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미국 동맹국들의 현안이 된 ‘미치광이 대처’

등록 2018-03-06 09:48수정 2018-03-06 19:05

푸틴이 플로리다에 미사일을 퍼붓는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트럼프는 보복관세로 유럽연합과 멱살잡이를 한다. 트럼프의 무역보복에서 중국은 빠지고 동맹국들만 대상이 됐다. ‘미치광이’를 상대하는 위험은 한국 등 미국의 기존 동맹국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주 세계는 낯선 풍경에 직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어떠한 방공망도 피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미국 플로리다에 이 미사일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그래픽 동영상을 보여줬다.

몇시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의 언행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않는 대신에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북한이 괌 해역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보였던 미국의 반응은 간데없다.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능력으로 치면, 북한은 러시아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이 조처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즉각 성명을 내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면서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튿날 유럽산 자동차에도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은 좋다”고 말했다.

기이한 풍경이다. 트럼프는 미 국토를 겨냥한 잠재적 적성국가 러시아의 명백한 도발에는 대응 않고, 최대 동맹세력인 유럽과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이해 못할 풍경이 또 하나 겹친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무역보복 대상을 중국으로 지목했는데, 막상 유럽 등 동맹국들과 무역전쟁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첫 본격적인 무역보복의 최대 피해자는 캐나다, 영국, 독일, 한국, 터키,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이다. 특히 미국과 생사를 같이하는 이웃나라 캐나다는 지난해 알루미늄 72억달러, 철강 43억달러를 미국에 수출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480억달러, 기계류 400억달러 등을 수입해 미국에 대해선 심각한 무역역조다. 미국은 나머지 나라들에 대해서도 서비스 및 자본 수지를 고려하면 무역수지가 적어도 균형이거나 흑자 상태이다.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미국 무역적자의 원흉이라고 비난한 대상이고, 세계 철강시장에서 덤핑을 하는 중국은 막상 미국 시장에서 철강 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이 조처를 발표한 날 워싱턴에 파견된 류허 중국 특사는 미 행정부의 관리들을 만나고 있었다. 두번째 특사로 지난 4일 워싱턴을 방문한 장예쑤이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차이보다는 공통의 이익이 더 많아서 협력이 유일한 선택지다”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의 승리인지, 트럼프 행정부의 헛발질인지는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등 동맹국들의 얘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시진핑 체제의 최대 도박이라 할 수 있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별다른 말이 없고, 심지어 “대단하다”고 반응했다.

이번주부터 시작된 전인대에서 시진핑은 종신 주석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다. 푸틴 역시 18일 대선에서 재선돼 그 또한 종신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닦을 것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시진핑의 중국과 푸틴의 러시아가 견제되기는커녕 실질적으로 더 힘을 받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체제는 냉전시대로 후퇴했다. 푸틴의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소련 시절의 몫을 찾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으로 상징되는 미·중·러는 ‘비자유주의적 패권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말한다고 <포린 어페어스>는 분석한다. 서방 동맹이 상징하던 자유주의 질서는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로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문제는 이런 비자유주의적 패권 부상의 시대에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던 서방 동맹 체제는 심각한 균열 상태다.

유럽연합 의회의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독일 의원은 “동맹국들이 희생양으로 취급돼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님! 당신의 목표가 미국 홀로되기입니까?”라고 트위터에서 물었다.

트럼프는 5일 워싱턴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미치광이를 상대하는 위험은 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문제다”라고 농담을 했다.

미치광이를 상대하는 위험은 김정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등 기존의 미국 동맹국들의 문제가 된 것 같다.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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