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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40만 청년실업자에게 1천만원씩 나눠준다면? / 정남구

등록 2018-03-20 17:36수정 2018-03-20 19:08

정남구
논설위원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1971년 102만명으로 최고치에 이르고는 1987년 62만명까지 줄곧 줄었다. 그러다가 1991~1995년 70만명대로 반짝 늘어났는데, 이때 태어난 이들이 이른바 ‘에코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이 나이를 먹어, 2017년부터 몇년 동안 ‘20대 후반’ 인구가 한해 7만~11만명씩 늘어난다.

“향후 3~4년간 에코 세대 실업 증가로 청년 실업률이 9.8%에서 12%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지난 15일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다. 정말 그럴까? 청년 세대 내 일자리 경쟁이 실업률 급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정부의 엄포는 믿기 어렵다. 그 세대의 인구가 실업률에 영향을 끼친다면, 20대 후반 인구가 감소하던 시기에 청년 실업률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에코 세대가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실업률을 극적으로 악화시킨다면, 청년 실업률은 2017년에 급상승해야 맞는다. 그런데 실제론 2013년 7%대에서 2014년에 9%대로 뛰어올랐다. 일본에서도 1990년부터 지금까지 20대 인구의 변동은 그 세대 실업률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정부는 에코 세대가 20대 후반에 진입하면서 “특히 2018~2019년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조금 성급한 감은 있지만, 올해 2월 고용 동향을 보면 정부의 전망과는 정반대다. ‘고용 쇼크’가 일어난 2월, 20대 후반 세대의 취업자는 작년보다 12만2천명이나 늘어났고, 고용률은 1.6%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 2014년에 청년 실업률이 급상승한 것은 2013년에 이뤄진 60살 정년 연장 법제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그 뒤 4년간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고용률은 3%포인트씩 상승하고, 청년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금 청년 고용 사정이 심각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9%대 실업률, 50만 취업준비자의 존재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의 원인으로 ‘인구’를 강조하니, 그 처방이 영 미덥지가 않다. 정부는 청년을 신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신규고용지원금을 3년간 2700만원까지 늘려 지급하고, 중견기업에도 지원금을 주며, 대기업까지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가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2400만원을 보태 3천만원을 만들어주겠다고도 했다. 이미 시행중인 제도들인데, 지원 대상과 지원액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견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점이다. 기업들은 지원금은 늘려 받고, 어차피 뽑아야 할 인력부터 뽑을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추가 고용 창출에 아무 기여를 못 한다. 정부가 3년간 지원을 한 뒤 중단하면 그 뒤엔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도 걱정이다.

지금까지 청년 고용 대책은 수없이 나왔지만 실업률을 낮추지 못했다. 청년세대에게 불리한 고용시장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서, 고용을 늘리라고 기업에 돈을 대주는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그런 일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겠는가. 고용시장 개혁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개혁은 꾸준히 추진하되, 미취업 청년들에게 길어진 구직활동 기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더 책임있는 자세이고, 나랏돈을 의미있게 쓰는 길이라고 본다. 마침 추경예산 4조원은 청년실업자 40만명에게 1천만원씩 나눠 줄 수 있는 돈이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청년 구직수당을 제도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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