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 배수진을 쳤다

등록 2018-03-26 20:39수정 2018-03-27 15:29

볼턴을 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은 트럼프 특유의 ‘공갈성 선빵’이다. 그만큼 협상 성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볼턴을 기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지금 서울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빅 이벤트에 술렁거리지만, 이 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워싱턴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워싱턴 정가의 주인공 도널드 트럼프를 놓고 사방에서 전쟁의 위기가 일렁이고 있다.

첫 방면의 전쟁은 국내 정치 전선이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직접 조사가 임박한 로버트 뮬러 특검과의 전쟁에 직면했다. 둘째 방면 전쟁은 트럼프 개인의 스캔들을 둘러싼 폭로전이다.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방송 인터뷰가 25일 방영됐고, 다른 여성들도 가세하고 있다. 셋째 방면에서는 무역전쟁이 엄습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복관세 부과에 중국이 드디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개발을 둔 이란 및 북한과의 대결이다.

트럼프는 모든 방면에서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원죄인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과 자신의 개인적 추문이 야기하는 두 방면의 전쟁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큰 전선을 펼치고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지층을 격동시키고, 자신을 공격하는 워싱턴 기성 주류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야 한다. 무역전쟁, 핵을 둔 북한 및 이란과의 대결이 그 수단이다.

트럼프로서는 반드시 성과를 보여줘야만 하는 전쟁들이다. 미국 경제를 망칠 것이라는 그의 보복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전쟁의 양상을 보자.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사실상 ‘공갈성 선빵’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미 철강 수출 1~3위인 캐나다, 브라질, 한국을 면제하거나 유예했다. 대신 자유무역협정 개정 등을 따내고, 상대국의 보복을 무력화했다. ‘미치광이 전술’인지 ‘벼랑 끝 전술’인지 어쨌든 트럼프로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헌법적 위기까지 우려되는 뮬러 특검 해임을 협박하고, 성추문 폭로자에게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교역상대국들에는 선제적 무역보복 조처를 취하는 등 모든 방면에서 선제적으로 전쟁을 확전하고 있다.

단지, 북한과의 대결은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불쑥 던지고는 유예를 했다. 유예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초강경 매파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함으로써 트럼프식 대북접근법은 더욱 질주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인 강경 매파인 네오콘 인사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우려하면서도 ‘볼턴만 아니기’(anyone but Bolton)를 기원했다. 워싱턴에는 수많은 강경론자가 있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뿐 아니라 모든 사안마다 미국의 군사개입을 일관되고 명료하게 주장한 이는 볼턴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 볼턴은 트럼프가 비아냥거리던 이라크전쟁의 최고 지지자였다.

그런 볼턴을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은 트럼프 특유의 ‘공갈성 선빵’이다. 공갈성 선빵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협상을 성공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전임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시켰다고 비난해왔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자신이 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존 볼턴을 기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볼턴의 기용을 비판하는 워싱턴 기성 주류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획기적인 외교 성과를 위해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틀렸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 대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해 동북아와 중동 모두에서 핵 대결의 위기가 높아지는 걸 미국과 세계는 감당할 수 없다.

볼턴은 지적 능력, 교양, 원칙, 명료함, 경험을 가졌다. 반면, 트럼프는 그 다섯 가지를 결여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고, 볼턴은 두번째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평가했다.

하지만 첫번째 위험한 인물은 자신의 잇속을 정확히 알고 챙기는 능력이 있고, 두번째 위험한 인물은 ‘주군’의 명령을 충실히 집행한 전력이 있다. 이 인물들이 펼칠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벼랑 끝을 넘나들겠으나 예측불허는 아니다. 그들에게 회담의 성공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만큼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1.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2.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3.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4.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국제평화도시와 장갑차 [서울 말고] 5.

국제평화도시와 장갑차 [서울 말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