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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권범철 화백은 ‘ㅋㅋㅋ…’ 댓글을 좋아해요

등록 2018-04-05 18:15수정 2018-04-06 15:08

이종규
참여소통에디터

<한겨레>를 포함한 종합일간지는 논쟁적인 정치·사회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우리나라가 워낙 다이내믹한 사회이다 보니 좀 과장을 보태자면 일선 기자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치열한 취재 경쟁은 차치하고, 기사에서 사실관계 오류나 부적절한 표현 등이 발견되면 호된 역풍을 맞기 십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보수 성향 언론사의 기자가 ‘악플’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었죠.

그나마 취재기자들은 비교적 나은 편입니다. 일반 텍스트 기사의 상당수는 ‘무플’로 하루살이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평은 다릅니다. 거의 예외 없이 댓글이 주렁주렁 달릴 뿐만 아니라, 반응의 강도 또한 상당히 ‘격한’ 편입니다.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를 한 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생기기 쉽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풍자와 은유라는 만평의 속성상 때로는 어느 정도의 과장이 수반된다는 점도 격한 반응을 부르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법원도 이런 특성을 고려해 만평의 경우 일반 기사보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추세이긴 합니다. 하지만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서 독자들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잘 그리면 ‘해학이 넘친다’는 찬사를 받지만, 자칫 독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면 혹독한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시사만평 작가를 언론계의 ‘극한직업’으로 꼽아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이 칼럼을 쓰려고 며칠 전 ‘한겨레 그림판’ 작가인 권범철 화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동안 회사로 들어온 독자들의 항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권 화백의 당혹스러운 처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그의 심경을 좀 더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만평 그리기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독자들도 만평에 대해선 좀 관대한 편이었어요. 언어유희 같은 게 허용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지금은 만평에서도 엄격한 사실관계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민주 대 반민주’라는 단순한 구도가 형성됐던 과거에는 ‘민주’의 편에만 서면 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가치가 충돌합니다. 그만큼 표현 하나하나에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권 화백은 “아주 미세한 표현에도 울컥하면서 항의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무척 당혹스럽다”면서, 하루하루 지뢰밭을 걷는 심정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만평을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주제로, 독자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재미있게 시사만평을 그린다는 것은 정말 만만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겨레 그림판’은 인터넷 한겨레에서 늘 ‘많이 읽은 기사’ 상위권에 드는 인기 콘텐츠입니다. 물론 많이 본다고 해서 좋은 평가만 받는 건 아닙니다. ‘요즘 만평 보는 재미로 산다’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절필하라’는 댓글도 달립니다. 작가 처지에선,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셈입니다. ‘ㅋㅋㅋ…’라는 댓글이 적잖이 눈에 띄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권 화백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항의도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요? 독자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비판은 시사 만화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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