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은 사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뇌-컴퓨터 연결(BCI) 연구를 해오고 있다. 뇌에 전자칩(브레인 임플란트)을 심고 로봇 팔다리를 부착한 뒤 사지를 움직이려고 마음먹으면 로봇 팔다리를 작동할 수 있다. 장애 입은 이들에게 획기적 미래를 약속하는 연구다.
그런데 피험자들이 연구실을 방문해 칩 설정을 거치고 나면 로봇 팔다리를 작동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작 성공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 뇌는 머물러 있는 상태가 아니다. 끊임없는 학습과 경험, 사고를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며 지속해서 변화한다. 뇌의 특정한 환경에 맞춘 소프트웨어의 인공적인 전기신호 처리 설정값이 이내 적절하지 않게 된다.
이는 사람 두뇌의 고유 기능과 특성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우리는 이세돌-알파고 대결을 보며 인공지능의 빠른 연산, 무한한 정보 저장·검색 능력, 논리적 추론력에 압도당하며 공포심을 가졌지만 사람 두뇌는 인공지능과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학습과 경험에 따라 변형되는 가소성과 유연성이다. 성인 뇌도 새로운 뉴런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학습이 평생 동안 이뤄지기보다 10대 중고교 시절에 집중된다. 그 결과 성인의 실질 문해력이 매우 낮고 독서량은 바닥 수준이다.
다르파의 생물공학 연구책임자로 뇌-컴퓨터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저스틴 샌체즈 박사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인공지능에 사람 뇌와 유사한 가소성을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방법은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이다. 인공지능에 인간 뇌 작동방식을 모방하게 하는 연구다. 기계가 사람 뇌를 닮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사람 또한 뇌의 가소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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