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 중 하나이자 노동운동 관련 정당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역사는 1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3년 5월23일 라이프치히에서 전독일노동자협회가 설립된 때를 창당일로 간주한다. 1875년 고타에서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으로 출범했고, 1890년 현재 당명으로 개정하고 마르크스주의를 공식 채택했다.
독일 사민당은 뒤늦은 산업화로 격심한 계급갈등을 겪던 시대에 생겨나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로 전환한다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노선이 2차 대전 직후 최종 관철됐고,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좌파 국민정당으로 거듭났다. 바이마르공화국 시절인 1918~1922년과 1928~1930년, 서독 시절인 1966~1982년, 통일 이후 1998~2005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세월을 야당으로 보냈다.(<독일 사회민주당 150년의 역사>, 베른트 파울렌바흐)
유럽 좌파의 퇴조 속에서 2009년 총선에서 23%라는 참담한 득표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9월 총선에서는 역대 최저인 20.5%까지 하락했다. 최근 1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안드레아 날레스(48)를 당대표로 선출하고 메르켈 총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 사민당의 여성 지도자로는 1918년 11월혁명 때 볼셰비키 노선을 추구했던 스파르타쿠스단의 로자 룩셈부르크가 알려져 있다.
날레스는 18살 때 입당한 후 좌파 조직인 ‘민주주의 좌파 21 포럼’을 주도했고 슈뢰더 총리의 ‘어젠다 2010’에 반대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메르켈 총리 3기 내각에서 노동장관으로 연정에 참여했다. 원내대표에 이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조금씩 온건노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의 유서 깊은 정당인 독일 사민당에서 이제야 여성 대표가 나온 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백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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