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부터 바뀌는 ‘조기 사망’ 관련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 왼쪽이 기존, 오른쪽이 변경. 보건복지부 제공
흡연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대표적인 ‘비가격 금연정책’이다. 캐나다가 200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을 담뱃갑에 부착했다. 그 뒤 금연 유도와 흡연 예방 효과가 확인되면서 지금은 세계 105개 국가가 활용하고 있다.
담뱃갑 면적의 83%를 경고그림과 문구로 채우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조사 결과를 보면, 흡연자의 57%가 경고그림을 보고 금연을 생각했고 34%는 실제로 금연을 시도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예방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경고그림 도입을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담배회사들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2015년 법이 통과됐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2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지나친 혐오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단서조항이 들어가는 바람에 경고그림의 수위가 외국에 비해 낮다.
현재 궐련형 담뱃갑엔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환 관련 5종과 임산부 흡연, 성기능 장애, 피부 노화, 간접 흡연, 조기 사망 등 비질환 관련 5종의 경고그림이 들어간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으로 통일돼 있다.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구강암의 경고 효과가 가장 컸고, 다음은 후두암과 심장질환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올해 12월부터 바뀌는 전자담배 경고그림과 문구. 왼쪽이 기존, 오른쪽이 변경.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올해 12월 경고그림과 문구를 전면 교체하기로 하고 ‘담뱃갑 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 내용’ 고시 개정안을 14일 행정예고했다. 같은 그림을 계속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금연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경고그림을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조사에서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온 피부 노화를 빼는 대신 치아 변색을 추가하기로 했다. 피부 노화는 의외로 여성들 사이에서도 경고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치아 변색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나머지 10종은 흡연의 폐해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그림의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또 경고그림의 크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담뱃갑은 경고그림이 30%, 경고문구가 20%를 차지해 외국에 비해 크기가 작다.
물론 이번에도 담배회사들은 반대한다. 한국담배협회는 “경고그림의 금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그림은 담배 판매점 직원과 손님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행복추구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