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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한겨레 기사가 마음에 쏙 드셨다면…

등록 2018-05-31 18:24수정 2018-05-31 21:33

이종규
콘텐츠1부문장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 친구와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오십 줄의 직장인들이 대개 그렇듯이 회사 생활과 ‘인생 2막’ 등을 안줏거리 삼아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월급쟁이의 뻔한 신세타령이 오가던 중, 친구가 툭 내뱉듯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중앙일간지는 안정적이지 않냐?”

뜻밖이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 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가 꽤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독자가 줄어 신문사들이 다들 어렵다’고 하자, 그 친구는 ‘인터넷에서 그렇게 많이 기사를 보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습니다. 네이버 등에서 기사를 읽으면 언론사에도 콘텐츠 수익이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뉴스 유통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지만, 정작 포털에서 아무리 기사를 많이 읽어도 언론사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 친구는 “명색이 언론사들이 왜 그런 불합리한 구조를 유지해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혀를 차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말이 맞습니다. 누군가 노동력을 투입해 만든 콘텐츠를 사용하려면,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상식에 부합합니다. 그래야 콘텐츠 생산이 지속 가능해집니다. 음악, 영화, 웹툰 등의 분야에선 대체로 그런 상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독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매우 강합니다.

‘원죄’는 언론에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 초기에 푼돈을 받고 콘텐츠를 포털에 넘긴 게 화근이었습니다. 네이버 등 포털은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헐값에 사들인 콘텐츠로 무료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뉴스를 ‘미끼 상품’ 삼아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광고 수익을 독차지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지배력을 급속히 키웠습니다. 반면 언론사들은 포털이라는 ‘유통 공룡’에게 피비(자체 브랜드) 상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했습니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는 ‘네이버 신문’과 ‘카카오 일보’ 두 개만 존재하는 형국”(한국신문협회)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온라인 광고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은 것도 패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는 기본적으로 클릭 수를 기반으로 합니다. 단가를 높이려면 트래픽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규모 인터넷 매체는 물론이고 주류 매체까지 네이버 메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유도 네이버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트래픽 경쟁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기사의 질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미디어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면서 생존해 나가려면, 포털 제휴나 광고가 아니라 개별 미디어의 가치에 동의하는 ‘충성 독자’ 기반의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른바 ‘디지털 구독’ 모델입니다. <한겨레>가 지난해 2월부터 부분적으로 ‘기사 후불제’ 실험을 해온 것도 그런 고민의 일환입니다. 기사 맨 끝부분에서 ‘이 뉴스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한겨레를 응원해주세요’라고 적힌 배너를 보신 분이 더러 계실 겁니다.

‘지불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기사 유료화’보다는 후원 모델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하루에 4~5개가량의 기사에만 적용했는데, 이달부터는 모든 기사로 확대됩니다. 후원제 전면 실시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기사에 마음을 여는지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노력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질 높은 콘텐츠로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겠습니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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