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엔 신기술이 사용됐다. 아마존의 얼굴인식 도구 ‘레커그니션’이 설치돼 참석자를 식별했다. <뉴욕 타임스>는 행사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1000명 식별 비용이 14원 수준이다. 중국 공안은 지난 4월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팝콘서트 관객 5만여명 중에서 수배자를 족집게처럼 체포했다. 출입구 카메라가 찍은 얼굴사진을 수배자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 분석한 결과다.
최신 스마트폰에선 사용자 얼굴이 잠금을 푸는 열쇠다. 얼굴인식 기능은 컴퓨터에 저장된 수만장의 사진을 인물별로 자동 분류하고, 소셜미디어 사진에 자동으로 이름을 표시해준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애플, 바이두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수천만명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레커그니션이 시민의 자유를 없애는 대량감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얼굴인식 기술은 정부 감독 없이 활용하기 너무 위험한 기술”이라며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초당적 위원회와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굴인식이 자동차나 의약품처럼 정부가 안전성을 연구·관리해야 하는 위험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술기업들이 정부 규제가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다며 규제 철폐를 요구해온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기업이 위험한 기술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아는 만큼 사회적 합의라는 보험을 요구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항해와 같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즐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결박하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기술기업이 “나를 결박해다오”라고 외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진속 인물을 식별하는 기술은 이미 대중화된 서비스가 나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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